국내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30만대에 육박했다. 정부는 2030년 362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독점이 심화되면서 국내 부품사와 소비자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누적 전기차 등록 대수는 29만8633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17만3147대였다. 1년이 지난 시점서 12만5000대 이상이 판매돼 매달 전기차가 1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시점에서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30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신형 전기차가 잇따라 출시됐고, 보조금 정책과 충전 인프라가 갖춰줘 소비자 관심이 커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12년 860대였던 전기차 보급 대수는 2018년에 5만5756대로 늘었다. 2020년 13만4952대로 10만대를 넘어섰다.
정부가 예상하는 2030년 국내 보급 전기차는 362만대다. 10년 만에 27배 늘어난 수준이다. 2025년부터는 내연기관 자동차 개발, 생산을 중단하는 기업들이 나오면서 이런 예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문제는 전기차 시장이 현대차그룹 독무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카이즈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6만9000대였는데 이 중 절반이 현대차그룹 모델이었다. 나머지는 테슬라와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폴스타 등 수입 브랜드였다.
구체적으로 기아가 1만4214대, 현대차와 제네시스가 각각 1만4179대, 6082대 전기차를 판매했고, 테슬라가 6746대, 벤츠와 BMW 판매가 각각 1395대, 1238대였다.
특히 수입 브랜드를 제외하고 국내 완성차 업체만 보면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국내 전기차 시장을 독식하는 상황이 소비자뿐 아니라 중소 부품사에도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경쟁도가 떨어질수록 기업은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부품사의 경우, 여러 개 업체에 제품을 공급해야 가격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데 지금과 같이 현대차의 독점이 심화하면 제품을 납품받는 업체가 주도권을 쥐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는 쌍용차와 르노코리아가 향후 선보일 전기차가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어 현대차그룹의 독주를 견제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쌍용차는 내년 하반기 토레스를 기반으로 한 중형급 SUV 전기차 'U100'(프로젝트명)을 출시한다. 2024년에는 쌍용차 브랜드의 대표 모델인 코란도의 후속 모델 'KR10'(프로젝트명)도 선보인다. 2024년 하반기 중 전기 픽업트럭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르노코리아는 중국 지리차와 협력해 2026년 국내에 첫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GM은 아직 국내에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