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광주FC 감독은 K리그1에서도 선수들을 괴롭힐 생각이다. 다음 시즌에도 선수단 발전과 성과를 동시에 잡는다는 각오다.
광주는 지난 21일 K리그2 정상에 섰다. 4경기를 남겨두고 일찍이 우승을 확정했다. 광주는 이정효 감독 덕분에 강등 한 시즌 만에 승격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지휘봉을 잡자마자 우승을 일군 이정효 감독은 일간스포츠를 통해 “(우승을) 운동장에서 확정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기분은 좋다. 내가 선수들을 괴롭혀서 힘들었을 것이다. 매 경기 많은 숙제를 내줬다. 선수들이 내 축구를 이해하고, 성장하려고 노력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2011년 아주대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정효 감독은 프로 무대에선 ‘승격 전도사’다. 남기일 사단의 수석 코치로 2018년 성남FC, 2020년 제주 유나이티드의 K리그1 승격에 기여하는 등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하지만 ‘감독’ 이정효에게는 물음표가 붙었다. 세간의 의심이 그에게는 광주 우승의 기폭제가 됐다.
지난 2월 K리그2 개막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 ‘지저분한 축구’를 하겠다고 공언한 이정효 감독은 “행사 때 기분이 정말 나빴다. 과연 여기 계신 분(구단 관계자와 취재진)들이 나를 감독으로 생각하는지 의심이 들었다. ‘시즌 끝난 후에 한번 보자’고 생각했다. 나를 보는 눈이 달라지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더러운 축구라고 표현한 건강한 메시지를 남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광주는 시즌 초부터 연승 행진을 달리며 순항했다. 지난 4월부터 쭉 선두였다. 이정효 감독은 만족하지 않았다. 도리어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발전을 요구했다. 승리해도 웃지 않은 게 광주가 잘 나간 배경이다.
이정효 감독은 “프로선수라면 결과가 좋다고 해서 모든 게 용서되면 안 된다. 결과가 좋다고 칭찬하면 다음 경기에 문제가 생긴다. 선수들이 내게 축구를 배운 후 지도자가 됐을 때, 내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독이 되면 다른 선수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데, 대충 가르치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없다. 사고를 바꿔주고 싶었고, 그래서 더 혹독하게 했다”고 말했다.
축구 스타일도 매력적이었다. 광주는 센터백의 공격 가담, 제로톱, 강한 압박 등 다채로운 축구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정효 감독은 “나 혼자만의 힘은 아니다. 코치진과 분석관이 노력을 많이 했다. 우리 선수들에게는 공간 활용을 강조했다”며 “이탈리아 축구와 프리미어리그를 많이 본다. 선수들이 공을 차는 것보다 다른 부분에 집중한다. TV 중계는 한계가 있어 운동장 전체를 찍은 화면을 좋아한다. 일본 축구의 움직임도 많이 본다”고 설명했다.
획기적인 축구는 선수단 발전으로 이어졌다. 이정효 감독은 “이건희·정호연·하승운·김종우가 많이 성장했다. 종우는 실력이 늘었다기보다 정신적으로 단단해졌다. 한 번은 체력 테스트에서 가장 잘 뛰었다. 나는 결과만 보고 선수가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가 안 좋아도 잘한 선수는 칭찬한다”고 했다.
K리그1에서도 이정효 감독의 혹독한 훈련은 계속된다. 그는 “선수들을 괴롭힐 것이다. 싫어하는 걸 계속 시킬 거다. 언제까지 자기가 잘하는 것만 할 수는 없다. 팀이 우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끝으로 이정효 감독은 “최수영 (광주FC) 본부장이 내게 기회를 주신 분이다. 3번이나 (감독직 제안) 전화가 왔는데 반려했다. (최 본부장이) 자존심도 내려놓고 부산 집까지 찾아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며 나를 설득하셨다. 최 본부장이 아니었다면, 감독으로 첫발을 내딛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