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데뷔 첫 규정타석을 달성한 LG 트윈스 문보경(22)은 어느 곳에 갖다 놓아도 잘한다.
LG는 지난 28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원정 경기에서 4-1로 승리, 선두 SSG 랜더스를 2.5경기 차로 추격했다. 결승타의 주인공은 '2번 타자' 문보경이었다. 그는 0-0으로 맞선 5회 초 2사 2루에서 한화 김민우에게서 선제 1타점 2루타를 뽑았다.
문보경은 27~28일 이틀 연속 2번 타순에 배치됐다. 류지현 LG 감독은 '출루왕' 홍창기가 다소 주춤하자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다양한 타순을 테스트 중이다. 먼저 '2번 타자 문보경'을 기용했다. 류 감독은 "단기전에선 상대 투수와 타자 컨디션에 따라 타순이 바뀔 수 있다. 여러 조합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의 출루율(0.387)이 팀 내 1위이자 KBO리그 전체 6위로 높아 가능한 선택이다. 문보경은 29일 KT 위즈전에는 6번 타순에 복귀했다.
타자 유형에 따라 타순이 달라지고, 개인이 선호하는 타순도 있기 마련이다. 타순별로 기대하는 역할도 다르다. 타순이 자주 바뀌면 타자가 혼란스럽다.
문보경은 올 시즌 1번을 제외한 모든 타순에 한 차례 이상 선발 출전했다. 시즌 초반 채은성이 이탈하고, 오지환이 5번 타순에 정착하기 전인 4월에는 4번(28타석) 5번(38타석) 타순으로 주로 출전했다. 5할에 육박하는 고타율로 총 7일(4월 3~4일, 6~9일, 12일) 동안 타격 1위에 오르기도 했다. 5월 15일 KIA 타이거즈전에는 김현수가 햄스트링 통증으로 빠지자, 문보경은 3번 타자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2군에 다녀온 뒤엔 주로 하위 타순에 배치됐다. 김현수-채은성-오지환을 잇는 6번 타자(149타석)로 가장 많이 나섰다. 하지만 문성주가 '장외 타격왕' 경쟁을 펼치고, 새 외국인 타자 로벨 가르시아가 좋은 모습을 보일 땐 타순이 8번(72타석)~9번(19타석)까지 내려갔다. 7번 타자로는 두 번째로 많은 94타석에 들어섰다.
문보경은 프로 4년 차, 풀 타임 2년 차를 맞는 신예다. 지난해 5월 육성 선수에서 정식 선수로 전환했다. 경험이 적은 만큼 타순이 바뀌면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류지현 감독도 이 부분을 가장 경계해 문보경의 상위 타순 기용을 주저했다.
그러나 문보경은 타순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올 시즌 그의 타율은 29일 기준 0.322다. 타격왕 경쟁 중인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박건우(NC 다이노스),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5위에 올라 있다. 2000년 이후 출신 선수 중에선 타율이 가장 높다. 문보경은 "타순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2번 타자로 나섰을 때도 2회에 타석에 들어서다 1회에 나간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어느 타순이든 똑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문보경의 성장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비에서도 팀 공헌도가 높다. 주 포지션 3루 수비력이 많이 향상됐다는 평가다. 또한 채은성이 다쳤을 때 1루수(선발 73타석)로도 출장했다.
류지현 감독은 "문보경은 장타를 칠 수 있는 선수다. 올해 공·수에서 많이 좋아진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