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안으로 한 차례 이상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2년 전 변동금리로 수억 원을 대출한 '영끌족'의 이자 부담이 2배 넘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지난달 30일 기준 연 4.510∼6.813%다. 일주일 전(4.200∼6.608%)과 비교하면 상단과 하단이 각 0.205%포인트(p), 0.310%p 오른 수치다.
변동금리의 지표금리인 코픽스가 이달 중순 예상대로 또 인상되면, 조만간 변동금리는 7%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달 30일 기준 상단이 7%를 돌파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상단은 6.829%였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하나·우리은행의 혼합형 금리가 7%를 넘어선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2009년 이후 13년 만에 7% 주택담보대출 금리다. 지난 2008년 12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5%로 정점을 찍고 내려왔다. 이런 금리 급등은 1~2년 전 초저금리로 대출을 '영끌'한 금융소비자의 비명을 낳고 있다. 일부에서는 매월 나가는 이자가 이미 2배에 이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대출 사례 모의실험을 한 결과에서 A 씨가 2년 전 변동금리로 전세대출 5억원, 신용대출 1억원을 더해 서울 서초구의 25평형 아파트에 입주했을 때 월 이자 상환액은 약 132만원이었다. 하지만 2년 후인 현재 상환액은 약 259만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년 전 전세대출 금리는 연 2.45%였으나, 현재 연 4.89%가 적용되며 전세대출 이자만 102만원에서 203만원으로 뛴 것이다.
대출 금리는 연말까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과 시장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미국의 잇따른 자이언트 스텝에 대응해 오는 12일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10월 빅스텝을 밟고 11월 베이비스텝을 밟을 경우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는 0.75%p가 오르고, 10월과 11월 연속 빅스텝을 단행하면 1.00%p 더 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1.00%p의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A 씨의 전세대출 이자는 245만원으로 2.3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는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상승 폭(0.75∼1.00%p)만큼만 높아져도 연말께 대출금리는 8%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8%대에 이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정점을 찍게 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물가를 잡고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경기와 대출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며 "이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에 심각한 고민 지점에 있다"고 말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0.50%p, 11월 0.25%p 인상을 예상하며 연말 기준 금리 수준은 3.25%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12일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