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캐롯에서 가드로 활약하는 이정현(23·1m87㎝)은 지난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고양 오리온(캐롯의 전신)으로부터 전체 3순위 지명을 받아 프로에 데뷔했다. 데뷔 시즌 그는 52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23분 26초를 뛰며 9.7점 2.3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신인치고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신인상은 ‘중고 신인’ 이우석(울산 현대모비스)에게 돌아갔다.
데뷔 시즌 가능성을 보인 이정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2022~23시즌 개막을 앞두고 치러진 KBL 컵대회에서 2경기 평균 17.5점을 기록했다. 지난 3일 통영체육관에서 끝난 ‘디펜딩 챔피언’ 서울 SK와 대회 두 번째 경기에서는 27분 8초 동안 21점 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외국인 포워드 디드릭 로슨과 투맨 게임으로 SK를 침몰시켰다.
SK와 경기에서 이정현이 큰 활약을 했는데도, 단 한 사람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였다. 김승기(50) 캐롯 감독은 1쿼터 초반 2개 연속 턴오버를 범한 이정현을 벤치로 불러들여 강하게 질책했다. 이후 이정현은 마치 김승기 감독 보란 듯이 어시스트와 미드레인지 슛을 연이어 성공했다. 전반에만 18점을 몰아쳤다.
김승기 감독은 “(이정현을) 많이 혼냈다. 앞으로도 많이 혼나야 한다. 좋아지지 않을 거면 혼내지 않는다. 올 시즌만 보는 게 아니다. 다음 시즌이 되면 이정현이 모든 면에서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내 말을 잘 따라주고 있고, 수비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공·수 양면에서 잘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KGC 감독 시절 변준형을 리그 최고 가드 중 한 명으로 키워냈던 김승기 감독은 이정현 성장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새로 창단한 캐롯의 첫 시즌 목표를 ‘베스트 5 만들기’로 설정한 김승기 감독은 2년 차 가드 이정현이 팀의 중심 선수로 거듭나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구나 주전 가드였던 이대성이 대구 한국가스공사로 이적하면서 이정현에 대한 기대는 더 커졌다.
과거 변준형도 김승기 감독의 엄격한 지도를 받으며 화려한 스텝 백 슛과 드리블 등을 장착했다. 팀의 리딩 가드 역할을 하면서도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하는 조커 임무까지 가능한 전천후 가드가 됐다. 포인트 가드이면서 공격성까지 갖춘 이정현은 변준형과 닮은 점이 많다.
갈 길이 아직 멀지만, 이정현은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갈 생각이다. 그는 “지적 받은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내가 가진 안 좋은 버릇이 많기에 지적을 최대한 받아들이고 있다”며 “초등학교 때 농구를 배우듯이 자세 하나, 스텝 하나하나 다시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손대범 농구전문 해설위원은 “김승기 감독에게 '찍힌' 건 아주 좋은 징조다. 김승기 감독도 이정현을 지도하며 기분 좋은 것 같더라. 이정현은 변준형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 경기 운영, 2대2 게임 등에서 더 발전하면 변준형 못지않은 스코어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추승균 해설위원도 "이정현은 변준형처럼 될 자질을 갖췄다. 패스 타이밍, 템포 조절 등을 보완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