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까지 호세 피렐라(33·삼성 라이온즈)가 안타 하나 없었다. 그런데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서니 타자들이 (고영표의 공이) 눈에 좀 익고 타이밍을 잘 맞춰 활발한 타격이 나온 것 같다."
전날 KT 위즈 고영표(31)를 상대로 빅 이닝을 만들어 승리를 거둔 박진만 삼성 감독대행이 하루 뒤 승리 요인을 복기해 꺼냈다.
삼성은 5일 수원 KT전에서 7-4로 승리했다. 선취점은 KT에 내줬지만 5회 동점을 기록한 후 6회 4득점 빅 이닝을 만들어 역전승까지 이뤄냈다. 이날 상대 선발은 고영표. KT를 대표하는 국내 에이스로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삼성은 고영표에게 8안타를 쳤는데, 5회까지 안타는 단 두 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6회 갑자기 고영표가 무너졌다. 삼성은 6회 초 선두타자 김현준을 시작으로 5연속 안타로 석 점을 뽑았다. 대부분 빠른 승부였고,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에 커브까지 속수무책으로 맞아 나겠다. KT는 급하게 오드리사머데스파이네를 불펜으로 올렸으나 이원석의 적시타까지 나오면서 한 점을 더 내줬다.
박진만 감독 대행은 '타순 세 바퀴' 이론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했다. 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만난 박 대행은 "5회까지 피렐라가 안타 하나 없었다"며 "그런데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서니 타자들이 (고영표의 공이) 눈에 좀 익고 타이밍이 잘 맞더라. 그러면서 활발한 타격이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닝이나 투구 수가 아닌 타순을 기준으로 투수 운용 및 상대를 공략하는 건 최근 메이저리그(MLB)에서 자주 나오는 방식이다.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과 같은 내로라하는 에이스들도 대부분 세 번째로 타자들과 만나면 상대 성적이 나빠진다. 이 때문에 최근 MLB 감독들은 이닝이 조금 적더라도 실점을 제어하기 위해 상대 타순을 보고 선발 투수들의 교체 타이밍을 결정하곤 한다.
박진만 대행은 "요즘 미국도 추세가 그런 부분을 많이 반영한다고 하더라. 세 번째로 투수를 만나는 타자들이 선발 투수가 던지는 공의 궤도나 타이밍 등을 익히기 때문에 투구 교체가 빨라지는 성향이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