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36·KT 위즈)가 정규시즌을 돌아보며 남긴 소감이다. 떨어진 자존심과 명예를 되찾은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낸 것에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병호는 10일까지 출전한 정규시즌 124경기에서 홈런 35개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초반부터 홈런 부문 1위를 독주한 그는 이변 없이 홈런왕에 올랐다.
진기록을 쏟아냈다. 박병호는 개인 통산 6번째 홈런왕에 오르며 이 부분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까지 나란히 5번씩 홈런왕을 차지하며 어깨를 나란히 했던 '국민 타자' 이승엽(은퇴)을 넘어섰다. 만 36세인 박병호는 래리 서튼(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갖고 있던 종전 최고령(만 35세) 홈런왕 기록도 다시 썼다. 박경완(은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2개 팀(키움 히어로즈·KT)에서 홈런왕에 오른 선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박병호는 이전 두 시즌(2020~2021) 연속 2할대 초반 타율에 그쳤다. 2021시즌 종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지만, 전성기를 보낸 키움을 떠나 떠밀리듯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그에게 3년 계약(총액 30억원)을 안긴 KT조차 "(단일시즌 기준) 홈런 20개만 쳐줘도 성공한 계약"이라고 평가할 만큼 기대치가 떨어졌다.
박병호는 개막을 앞두고 "LG 트윈스에서 키움으로 이적했던 2011년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야구를 하겠다. 나는 홈런을 쳐야 가치를 인정받는 타자다. 마음속에 정해 놓은 홈런 기록 목표도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반전 드라마를 썼다. 박병호는 65경기 만에 홈런 20개를 때려내며 KBO 최초로 '9시즌 연속 20홈런' 대기록을 달성했다. 6월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개인 통산 352홈런을 기록, 양준혁(은퇴)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4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경기 흐름을 바꾸거나, 동점·역전을 이끄는 등 영양가 있는 홈런이 많았다. 7월 28일 키움전에선 시즌 30호 홈런을 '끝내기'로 장식하기도 했다.
부상을 딛고 화려한 피날레를 보여줬다. 박병호는 지난달 10일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해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예상보다 재활 치료를 빨리 마쳤고, 대타로 나선 8일 KIA 타이거즈전과 10일 NC 다이노스전에서 홈런을 때려내며 우려를 지웠다.
2022 KBO리그 KT 위즈가 10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NC 다이노스와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펼쳤다. KT 박병호가 8회말 좌중간 2점 홈런을 날리고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2.10.10. 다시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는 "우려의 목소리를 들으며 KT에 왔다. '새로운 마음으로 야구를 하자'라는 초심을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잘 유지한 것 같다. 이전 2년 동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목표로 삼았던 홈런 30개를 다시 넘어서 뿌듯하다. 나를 믿어준 KT의 기대에 부응해서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박병호는 지난달 발목 부상을 당한 순간, 시즌 아웃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직감했다. 실제로 검진받은 세 병원 전문의들 모두 수술을 권유했다.
그러나 박병호에겐 포스트시즌(PS) 출전이 간절했다. 수술 대신 재활 치료를 선택했고, 이를 악물고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그는 "내 실수로 팀을 이탈해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재활 후 (몸 상태가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칠 정도라면 (PS 출전을) 포기했을 것이다. 트레이닝팀에서 너무 큰 도움을 줘서 정규시즌 종료 전 복귀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개인 8번째 PS 출전을 앞둔 박병호는 "감독님 이하 모든 지도자와 선수단이 정규시즌 내내 최선을 다해 달렸다. 이제는 모든 경기에서 '지면 탈락'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나서야 한다. 동료들과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며 PS를 치를 것"이라는 출사표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