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끝으로 두산 베어스 사령탑에서 물러난 김태형 전 감독.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의 다음 발걸음은 어디를 향할까.
두산은 지난 11일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발표했다. 2015년 두산에 부임한 김태형 감독은 지난 8년 동안 정규시즌 승률 0.571(645승 19무 485패)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 우승 3회 등을 남겼다. KBO리그 역대 최초로 7년 연속 KS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FA(자유계약선수) 선수 유출로 전력 유지가 어려웠던 환경에서 그는 리그 최고의 명장 중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그림자도 있었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보여줬던 김태형 감독은 마운드 운용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김태형 감독 재임 기간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뿐 아니라 마이클 보우덴, 아리엘 미란다 등 리그 정상급의 외국인 에이스 투수들이 활약했다. 김 감독은 이들에게 긴 이닝을 맡겼다. 보우덴은 2016년 KS 3차전에 등판해 무려 136구를 투구했다. 지난해 미란다는 경기당 평균 104.11구를 던져 리그 1위를 기록했다.
투구 부담은 선수마다 달라 정량화하기 어렵지만, 두 투수의 결과는 좋지 못했다. 보우덴은 이듬해 어깨충돌증후군에 시달렸다. 지난해 정규시즌 막판 어깨 통증을 호소했던 미란다는 포스트시즌 통틀어 KS 1경기에만 등판했다. 재계약한 올 시즌도 어깨 통증이 이어지더니 부진 끝에 퇴출당했다.
불펜 투수들 역시 투구 이닝이 상당했다. 경기의 흐름을 중시하는 김태형 감독의 스타일에 맞춰 포스트시즌 이른 등판과 멀티 이닝 소화가 많았다. 지난해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KS까지 올랐는데, 이영하와 홍건희 등이 경기 초반부터 올라와 멀티 이닝을 소화한 덕이 컸다. 특별히 후유증을 겪진 않았지만, 올 시즌 홍건희는 마무리 투수인데도 동점 상황에 등판하는 일이 잦았다.
카리스마형 감독이었던 것도 장단점이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단을 확실하게 장악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신뢰를 얻고 성적도 냈지만, 선수단이 느끼는 피로도 그만큼 높아졌다. 코치진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감독들과 달리 두산에는 ‘김태형 사단’이라고 말할 수 있는 코치가 드물다. 코치들이 매년 바뀌었다. 감독으로 스카우트되어 나간 코치들도 있었지만, 타팀 코치로 이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한 KBO리그 관계자는 “김태형 감독님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지만, 특유의 강한 성격 탓에 코치들이 잘 버티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올 시즌 열린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레전드 톱4에 선정된 이승엽(가운데)이 시구 후 그라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정시종 기자 두산은 올 시즌을 9위로 마쳤다.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은 이미 진행 중이다. 그중에는 역대 최고의 스타로 꼽히는 이승엽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대사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다만 이승엽 대사는 지도자 경력이 전무하다. 두산 관계자는 “(감독 후보군을) 그룹에 보고한 상황이다.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승엽 대사도 후보인 건 맞다”며 “결정이 늦진 않을 거다. 최대한 빨리 결정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