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정몽규 후보-신문선 후보-허정무 후보(왼쪽부터 기호 1~3순). 연합뉴스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오는 26일 열린다. 선거일이 두 차례나 미뤄지는 파행 끝에 정몽규, 신문선, 허정무 후보(기호순)의 경선을 통해 새 협회장을 선출한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는 축구대표팀의 부진한 성적, 감독 경질과 선임 과정에서 국민적인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감사도 이어졌다. 신문선, 허정무 후보는 출마 선언 때부터 4연임에 도전하는 정몽규 회장의 실정을 비판했다.
허정무 후보는 정몽규 회장의 기득권이 협회장 선거인단 구성에 반영됐다며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게 법원에서 인용되면서 당초 1월 8일 치를 예정이던 선거가 연기됐다. 이후 1월 23일 선거를 치르겠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이번엔 선거운영위원회의 구성이 문제가 됐다. 결국 선거운영위원 전원이 사퇴하면서 위원회 재구성까지 시간이 더 걸렸다.
정몽규 후보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들이 비방과 선거 지연 행위를 중단하고 경선에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신문선 후보는 이에 반박하면서 “선거가 미뤄진 건 공정치 못한 선거 운영에 대한 법원의 조치였다. 다른 후보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정몽규 후보의 태도는 옳지 못하다는 점을 분명히 짚겠다”고 했다.
신 후보는 또 “정몽규 회장 재임 12년간 대한축구협회는 재정적 확대를 꾀하지 못했고, 각급 대표팀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대한축구협회는 불량품 공장으로 이미지가 추락했다”고 비난했다.
비난 여론이 극에 달했다는 게 정몽규 후보의 결정적인 약점이다. 반면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공약을 내세웠다는 건 강점이다. 정몽규 후보는 “천안축구센터 건립을 위해 50억원을 내겠다”고 공약했다.
신문선 후보는 K리그 구단 대표로 일했던 경험을 앞세워 축구협회의 마케팅을 강화해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한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강화하고 지도자 양성과 지원, 심판 시스템 전면 개편을 통해 심판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할 것도 약속했다.
허정무 후보는 ‘투명’, ‘공정’, ‘육성’ 등의 키워드를 내세워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 시스템을 만들고 공정한 경영을 하겠다고 내세웠다.
한숨쉬는 홍명보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앞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2024.9.24 hama@yna.co.kr/2024-09-24 13:22:47/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몽규 후보의 또 다른 약점은 문체부와의 '불편한 관계'다. 문체부는 지난해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임원 등 20명의 징계를 요청했다. 아울러 정 회장에겐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것을 요구, 그의 피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축구협회는 스포츠공정위를 열어 징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많은 임원의 징계를 요구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며 문체부 징계 요구 처분을 중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11일 법원은 축구협회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정몽규 후보의 자격 시비는 이로써 일단락됐다. 축구협회는 지난달 문체부의 처분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함께 냈고, 이는 향후 본안 소송에서 진행된다. 정몽규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법정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기흥 후보가 탈락하고 유승민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 결과가 축구협회장 선거에도 개혁의 바람을 일으키는 '나비 효과'가 될 지도 관심사다.
다만 이번 축구협회장 선거에서는 정몽규 후보에 도전하는 후보들도 신선한 개혁 세력이라기보다 기존 축구계 인사라는 이미지가 더 지배적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