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리디, 레진엔터테인먼트 등 웹툰 플랫폼사들이 스캐터랩(AI 채팅 서비스 제타 운영사)을 저작권법 위반 방조 혐의로 고소했다는 소식이 보도됐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누군가 웹툰 캐릭터 혹은 스토리를 무단으로 가져다 썼고, 이에 따른 저작권 침해 및 저작인격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등 끊임없이 반복되는 저작권 분쟁의 연장선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제타 사건은 기존의 시각만으로 단순화해 해석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 대리만족 서비스인가, 욕망 실현의 플랫폼인가
제타(Zeta)는 이용자가 가상의 캐릭터와 세계관, 상황을 설정하고 대화하는 AI 롤플레잉 서비스입니다. 스캐터랩은 제타를 ‘소설 속 주인공이 돼 로맨스를 즐기거나 영웅이 돼 보는 대리만족’ , 즉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시대, 팬덤의 개인화, 욕망의 실제화’가 가능한 서비스라 정의합니다.
게다가 스캐터랩에 따르면, AI가 유저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을 제시하거나, 상황 지시문을 랜덤하게 제공해 스토리 전개를 창의적으로 가능케 합니다. 이는 인기 있는 아이돌이나 웹툰, 드라마 캐릭터와 대화하고, 원작에서 죽은 인물을 살리거나 이루어지지 않은 로맨스를 완성하며, 심지어 원작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19금 외전을 만들고 싶은 욕망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욕망 실현 플랫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욕망 실현에는 타인의 IP에 기대는 상상이 필연적으로 흘러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제타의 축은 크게 세 부류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캐릭터와 플롯을 설정해 창을 여는 크리에이터 유저, 둘째, 이미 설정된 캐릭터와 대화하며 서비스를 소비하는 참여 유저, 셋째, 이 모든 행위가 가능하도록 구조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OSP(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인 스캐터랩입니다.
◇ 기존 저작권 분쟁보다 까다로운 이유: ‘비영리적 이용’과 ‘개인적 유희’
저작권법 구조로 볼 때, 직접 침해자는 원작 캐릭터의 이름, 이미지, 대사, 고유한 서사와 인물관계를 가져와 AI 캐릭터로 만든 크리에이터 유저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저가 원작 캐릭터의 이름과 이미지를 바꿀 경우, 서사나 인물관계가 유사하더라도 ‘우연히’ 설정이 겹친 것이라거나 혹은 ‘나는 그 작품을 본적이 없다’는 항변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도 제타 유저들의 행위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크리에이터 유저가 캐릭터를 만들어 올린다고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며, 참여 유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그저 좋아하는 캐릭터와 대화하고 싶어서, 혼자만의 결말을 만들거나 외로움을 달래고자, 혹은 도파민을 얻기 위해 접속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운영사인 스캐터랩은 OSP(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로서 신고가 들어오면 삭제하고 있으나, 수백만 개 캐릭터와 수십억 건 대화를 모두 들여다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항변합니다. 마찬가지로 참여 유저는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와 대화만 했을 뿐, 그것이 원작 캐릭터인지 몰랐다면 법적 책임을 묻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 수익화 안하면 괜찮을까
그렇다면 여기서 저작권이라는 단어와 함께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질문이 있습니다. “수익화 안하면 괜찮은 것 아닌가요?”
답은 ‘NO’입니다. 유저가 직접 돈을 벌지 않는다고 해서 그 행위가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경제에서 이용자의 무상 행위는 그 자체로 강력한 자산입니다. 캐릭터 수, 대화량, 유입 유저 수, 체류시간은 플랫폼의 체급을 결정하는 무형 자산이며 검색량, 추천 클릭, 스냅샷 생성, 광고 노출, 나아가 구독 전환 가능성까지, 유저의 모든 활동은 플랫폼의 수익 인프라를 구축하는 핵심 동력이 됩니다.
물론 이 논리가 스캐터랩이 모든 개별 침해를 직접 저질렀다는 뜻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제타 내 모든 캐릭터가 침해물인 것도 아니고, 모든 유저가 원작 IP를 가져온 것도 아닐 것입니다. 역사적 인물이나 장르적 클리셰, 혹은 완전히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유저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상처 많은 비련의 여주인공’과 특정 웹툰 주인공의 무단 변형은 분명 다르지만, 장르적 특성과 개별 저작권 침해 사이의 경계를 구분하는 일은 저작권법의 오래된 난제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스캐터랩을 단순한 방관자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제타는 캐릭터를 설정하게 하고, 타인이 그 캐릭터를 발견하게 하며, 대화를 나누고, 경우에 따라 그 순간을 이미지화(스냅샷)하여 유료로 소장할 수 있게 합니다. 이 지점에서 서비스는 단순한 소통의 장이 아니라 ‘경험을 상품화하는 시장’이 됩니다. 제타에서 유저가 침해를 실행하는 ‘손’이라면, 스캐터랩은 그 손들이 활발히 움직이도록 판을 깔아준 ‘시장’인 셈입니다.
◇ ‘100% 방어할 수 없다=책임 0%’ 일까?
제타의 진짜 문제는 침해를 완벽하게 막지 못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막을 수 없는 구조를 성장 모델로 삼아놓고 정작 책임 앞에서는 그 불가능성을 방어막으로 삼는데 있습니다.
유저가 무한히 캐릭터를 만들 수 있고, 스냅샷 기능을 통해 대화 순간을 이미지화하여 소유하게 한 점은 분명 강력한 매력입니다. 그런데 그 매력이 저작권 리스크로 돌아오는 순간, 플랫폼은 데이터가 너무 많아 일일이 검토할 수 없다는 항변만 반복합니다.
결국 쟁점은 제타가 단순히 유저가 만든 캐릭터를 올려두는 공간이었는지, 아니면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캐릭터들이 더 활발히 소비되도록 만든 설계자였는지입니다. 문제 되는 캐릭터들이 유저를 끌어모으고 대화량과 체류시간을 늘려 플랫폼의 수익 가능성으로 이어졌다면 ‘신고 시 삭제했다’, ‘우리는 몰랐다’는 말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현재 정부의 저작권 정책은 주로 ‘불법사이트’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불법사이트는 행위자와 수익 구조가 분명하여 차단, 접속 제한, 형사처벌, 손해배상으로 대응도 비교적 직관적입니다. 하지만 제타 같은 AI 플랫폼이 가져온 저작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차단과 처벌을 넘어, 무상 이용이 어떻게 플랫폼의 수익으로 바뀌는지, 그 과정에서 플랫폼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그리고 창작자의 권리와 이용자의 상상력 사이에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의 재정립입니다.
따라서 이 사안은 제타라는 하나의 플랫폼을 처벌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AI 대전환 시대에 저작권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디까지 보호하며, 어떤 방식으로 공존하게 할 것인가를 묻는 사건인 것입니다.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