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부산 사직구장과 서울 잠실구장에서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와 오재원(37·두산 베어스)의 은퇴식이 열렸다. 두 선수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필자에게는 두 선수의 은퇴식이 특별했다. 초대 우승을 차지한 2015년 열린 프리미어12의 좋은 기억 때문이다.
당시 대표팀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12 숙적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8회까지 0-3으로 끌려갔다. 선발 투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7이닝 1피안타 무실점)의 강속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한 점도 뽑지 못했다.
그 대회에서 일본은 선발 투수가 호투하면 노리모토 다카히로를 투입해 2이닝씩 맡기는 방식으로 경기를 운용했다.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리모토가 8회 등판해 삼자범퇴로 막았다. 9회 초 우투수 노리모토를 공략하기 위해 9회 초 선두타자 양의지 타석에 좌타자 오재원을 대타로 내보냈다. 오재원이 노리모토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우리 대표팀의 분위기를 바꾸는 안타였다. 이어 손아섭의 안타, 정근우의 1타점 2루타가 터졌고, 이용규의 몸에 맞는 공으로 만루 찬스를 연결했다.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2-3, 한 점 차로 추격했다. 그리고 4번타자 이대호가 마스이 히로토시에게 2타점 적시타를 뽑아 4-3으로 역전했다. 일본 야구의 심장으로 통하는 도쿄돔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당시 이대호는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활약 중이어서 일본 대표팀 투수의 구종이나 승부 요령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었다. 모든 선수가 잘했지만 9회 오재원의 출발과 이대호의 마무리가 좋았다. 덕분에 우리 대표팀은 결승에 올라 미국을 8-0으로 물리치고 초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당시 프리미어12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필자 입장에서는 두 선수의 이번 은퇴식이 특별하게 와 닿았다.
이대호의 은퇴는 아쉬움을 남긴다. 실력이 말해주는 프로 무대에서 그는 마지막 시즌까지 엄청난 성적을 올렸다. 타율(0.331)과 안타(179개) 타점(101개) 모두 4위였고, 홈런도 23개나 터트렸다. 많은 팬과 전문가들은 이대호가 더 뛰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초 FA 계약을 하면서 이미 은퇴 시기를 정해 발표한 터였다.
이대호는 2001년, 오재원은 2007년 각각 프로에 입단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얼마나 오랫동안 활약했나. 은퇴식에서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둘 다 소속팀에서 후배들을 이끌며 좋은 성적을 올렸고, 태극마크를 달고서도 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옛말처럼 그들도 유니폼을 벗었다.
이대호는 대표팀에서 늘 중심타자를 맡는 거포였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며 한국 야구의 선전을 이끌었다. 오재원은 공수에서 악착같이 뛰는 선수였다. 많은 후배가 두 선배를 본받았으면 한다.
이대호와 오재원의 은퇴식에 함께하진 못해 아쉽지만, 제2의 인생에서도 성공하길 기원한다. 이왕이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뛰어난 경험을 살려 좋은 지도자로 발돋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