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명가’ 수원 삼성의 추락이 심상찮다. 구단 역사상 최초로 강등 위협까지 받고 있다.
수원은 12일 강등권 탈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대구FC전에서 패했다. 승점 6짜리 일전이었으나 소득은 없었다. 승강 플레이오프(PO) 행이 가까워졌다. 10위 수원(승점 38)은 9위 FC서울(승점 43)에 5점 뒤져 있다. 수원은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이기고 서울이 미끄러지길 바라야 한다.
상황은 좋지 않다. 수원은 파이널B 최상위 팀인 수원FC(승점 48)와 맞대결을 펼친 후 11위 김천 상무(승점 37)와 격돌한다. 반면 서울은 자동 강등이 확정된 성남FC를 만난 후 최종전에서 수원FC와 맞붙는다. 서울은 승점 2만 확보해도 자력 잔류한다. 수원의 승강 PO행이 유력한 이유다.
만약 수원이 승강 PO로 향한다면, 이는 구단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수원은 2012년 K리그에 상·하위 스플릿 제도가 도입된 후 올 시즌을 포함해 4번(2016·2019·2020시즌) 아랫물에서 경쟁했다. 그러나 올해처럼 직접 강등의 위협을 받은 적은 없다.
무엇보다 경기력과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게 현재 수원의 우려다. 수원은 최근 5경기에서 1승 1무 3패를 거뒀다. 1승도 K리그2행이 확정된 성남에 거둔 것이다. 이 기간 수원은 7골을 내주고 3골을 넣는 데 그쳤다.
대구전에서도 경기력은 저조했다. 공을 오래 소유한 전반전에는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무의미한 공 돌리기에 그쳤고, 도리어 상대 역습에 애먹었다. 후반 들어 안병준이 득점에 성공했으나 막판 집중력 저하로 대구의 ‘한 방’에 당했다.
이병근 수원 감독은 “팬들에게 죄송하다. 전반전은 생각과 다르게 답답했다. 후반전에 우리가 밀어붙였을 때, 더 강하게 미는 힘이 부족했던 것 같다. 수비적으로는 안일했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실점했다”고 대구전 패인을 밝혔다. 이어 이 감독은 “앞으로 2경기가 남았는데, 승점을 최대한 따내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 입장에선 현재 위치에 놓인 것 자체가 굴욕이다. 수원은 K리그 4회(1998·1999·2004·2008년), FA컵 5회 (2002·2009·2010·2016·2019년) 등 수많은 트로피를 거머쥔 명문 팀이다. 하지만 수원의 현주소는 구단이 지닌 명성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2013년부터 7년간 수원에 몸담은 홍철은 대구의 승리를 이끈 후 “수원은 오랫동안 있었던 팀이며 아직도 마음속에 있는 팀이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늘 이겨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오늘은 이겼다고 기쁜 티를 낼 수 없었다”며 ‘친정’의 부진을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