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구단은 14일 오전 "이승엽 KBO 총재특보를 구단 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알렸다. 계약 기간은 3년, 연봉은 3억원, 계약금은 5억원이다. 지도자 경험이 없던 그에게 3년이라는 초특급 대우를 안겼다.
이승엽 신임 감독은 KBO리그를 대표하던 '삼성맨'이다. 경상중·경북고를 거쳐 1995년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통산 1096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2·467홈런·1498타점을 기록했다. MVP(최우수선수)와 홈런왕을 각각 5차례 차지했고, 골든글러브는 10차례 수상했다. 2004년 일본 리그에 진출, 지바 롯데와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으로 8년 동안 뛰었다. 이 감독은 2017년 은퇴 뒤 지도자의 길을 선택하지 않아왔다. 대신 KBO 홍보위원과 방송사 해설위원, 이승엽야구장학재단을 운영하며 장외에서 프로야구를 지원했다. 5년 만에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삼성맨'이었던 그가 어떻게 '두산맨'으로 변신했을까. 이 감독은 14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공식적으로 감독 제안을 받은 건 이틀 전이다. 그 전에도 김태룡 두산 단장님과는 잘 알고 지낸 사이였다"라며 "이틀 전 제안을 받았고, 어제 2022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중계 해설을 마친 후 수락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자신을 믿어준 두산에 대해 감사를 전했다. 이 감독은 "두산이 저를 원했다. 사실 사람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 항상 보답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나. 나 역시 두산이 같이 하자고 했을 때 그랬다"며 "선수 시절 뛰었던 팀도 아니었고, 지도자로서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의 후보였는데 제안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나도 현장에 대한 생각을 항상 했기에 자연스럽게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태룡 단장님에 대한 신뢰도 물론 영향이 컸다. 평소 이야기도 많이 나눠왔던 만큼 단장님의 존재가 선택에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승엽 감독은 "사실 난 리스크가 많은 신임 감독이다. 두산 이미지도 거의 없고 코치 경험도 없다. 주변에서도 우려를 많이 전했다. 물론 나 역시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하지만 부담감 없이 어떻게 야구를 할 수 있겠나. 항상 그런 것을 안고 해왔다. 잘하면 박수받고, 못하면 당연히 비난 받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두산은 올 시즌 9위에 머물렀다. 많은 베테랑이 은퇴했고, FA(자유계약선수) 유출도 많다. 이승엽 감독은 "우선 어린 선수들을 잘 키워야 하는 상황은 맞다. 그래도 베테랑 선수들 고액 연봉 선수들도 많으니 리빌딩과 성적을 모두 챙겨야 한다. 프로라면 성적을 내는 건 당연하다. 성적을 내면서 어린 선수들이 1군에서 자리 잡게 하고 싶다"고 했다.
'선수' 이승엽은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홈런 타자였다. 감독 이승엽의 야구는 조금 다를 전망이다. 이 감독은 "난 홈런을 뻥뻥 치는 야구를 했지만, 감독으로서는 상대 수비에 맞게 타구를 보내고, 땅볼로 한 점을 내기도 하는 희생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8년 동안 일본프로야구에서 뛰어봤다. 일본야구의 경기력이 굉장히 좋았고, 정작 난 일본에서 거의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 더 이 야구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삼성 팬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15시즌을 뛰면서 좋은 시절을 다 삼성에서 보냈다. 좋은 추억을 안고 이제 떠난다"라며 "두산 팬 여러분들께서는 앞으로 저에게 손뼉을 쳐주실지, 비난하실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 프런트, 코칭 스태프, 선수단과 힘을 합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감동을 주는 야구를 선보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