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 1차전을 8-4로 승리했다. 프로야구 역대 준PO 중 1차전 승리 팀의 플레이오프(PO) 진출 확률은 87.1%(31회 중 27차례). 이 중 시리즈가 5차전으로 진행됐을 때 1차전 승리 팀의 PO 진출 확률은 69.2%(13회 중 9차례)다. 키움은 2019년 이후 3년 만에 PO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반면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KIA 타이거즈를 꺾은 KT는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6회까지는 키움이 압도했다. 선발 안우진(6이닝 3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의 호투와 적재적소 터진 적시타에 힘입어 4-0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안우진이 교체된 7회부터 승부가 미궁 속으로 빠졌다. 키움은 7회 초 박병호의 솔로 홈런 포함, 3실점 하며 턱밑 추격을 허용했다. 8회 초 2사 1·2루에선 강백호의 동점 적시타까지 터졌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KT 쪽으로 기울었다.
키움의 해결사는 이날 9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한 송성문이었다. 키움은 4-4로 맞선 8회 말 1사 후 이지영의 안타와 김휘집의 볼넷으로 1·2루 주자를 쌓았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송성문이 KT 불펜 김민수의 140㎞ 직구를 공략, 우중간 적시타로 승부의 균형을 깼다. 불붙은 키움 타선은 1사 1·3루에서 김준완의 희생플라이와 임지열의 투런 홈런을 묶어 4득점, '빅이닝'에 성공했다. 6회 말 희생플라이 타점을 올린 송성문은 2타수 1안타 1볼넷 2타점으로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송성문의 올 시즌 성적은 142경기 타율 0.247(547타수 135안타). 규정타석을 채운 KBO리그 타자 52명 중 타격 49위였다. 출루율(0.302)과 장타율(0.371)을 합한 OPS도 0.673으로 눈에 띄지 않았다. 득점권 타율도 0.269로 평범했다. 하지만 홍원기 감독은 준PO 대비 훈련을 앞두고 송성문에 대해 "시즌 타율이 낮다. 개막 3연전 이후 2군에 보냈으면 아마 1군에서 못 봤을 수 있다"며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중요할 때 승리 타점이 많다"고 기대했다.
송성문의 시즌 첫 7경기 타율은 0.042(24타수 1안타)에 그쳤다. 홍원기 감독은 개인 기록을 의식하지 않고 송성문을 꾸준히 주전 3루수로 기용했다. 그 결과 시즌을 마쳤을 때 송성문의 결승타가 11개로 팀 내 이정후(17개) 다음으로 많았다. 통산 포스트시즌(PS) 타율이 0.426(61타수 26안타)로 강해 '가을 비밀 병기'라는 평가를 들었다. 홍원기 감독은 준PO 1차전에서 송성문을 9번에 배치했다. 그러면서 "가을에 강한 선수"라며 "하위 타선의 연결 고리"라고 했다.
키움은 9번 송성문이 멀티 출루했다. 이어 리드오프 김준완(4타수 2안타 1득점 1타점)이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9번과 1번 타순에서 공격의 활로를 뚫어내니 타선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다. 송성문의 통산 준PO 타율은 0.500(18타수 9안타). 다시 한번 '가을 사나이' 이미지를 굳혔다. 키움은 17일 열리는 준PO 2차전 선발로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를 예고했다. KT는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을 내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