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29)이 KBO리그 가을 무대에서 완벽한 데뷔전을 치렀다.
벤자민은 1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PS)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PO) 2차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 7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 발판을 만들었다. KT가 2-0으로 앞선 8회 말 수비에서 마운드를 넘기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KT가 2-0으로 승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벤자민은 올 시즌 키움전 네 차례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0.78을 기록하며 강세를 보였다. 데이타와 딱 맞는 투구를 보여줬다. 1차전에서 패한 팀의 반격을 이끌었다. 대체 선수로 영입된 그가 에이스로 올라섰다.
벤자민은 1회 말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줬다. 컷 패스트볼(직구)의 무브먼트는 현란했고, 슬라이더도 폭포수 같은 낙폭을 보여줬다. 선두 타자 김준완에게 빗맞은 내야 타구를 유도해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았고, 1차전에서 쐐기 투런포를 치며 선발 기회를 얻은 2번 타자 임지열은 삼진 처리했다. 키움 간판타자 이정후에겐 볼넷을 허용했지만, 4번 김혜성에겐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5회 1사까지 '연속 범타' 행진이 이어졌다. 2회 말 선두 타자 야시엘 푸이그는 중견수 뜬공, 후속 타자 김태진은 좌익수 뜬공, 이지영은 삼진 처리했다. 3회도 8번 신준우, 9번 송성문을 모두 우익수 뜬공 처리한 뒤 두 번째 상대하는 김준완에게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첫 위기도 잘 넘겼다. 4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정후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벤자민은 후속 김혜성에게도 투수 강습 타구로 내야 안타를 내줬다. 자신에게 향한 공에 글러브를 뻗었지만, 포구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탈삼진 능력을 보여줬다. 푸이그와 김태진을 연속 삼진 처리한 것. 공 배합은 흡사했다. 직구와 컷 패스트볼(커터)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낸 뒤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구사해 헛스윙을 유도했다.
벤자민은 1회 말 임지열과 김혜성, 2회 이지영을 포함해 4회까지 탈삼진 5개를 잡아냈다. 결정구는 모두 슬라이더였다.
철벽 투구는 이어졌다. 벤자민은 같은 공 배합을 고수하지 않았다. 5회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신준우를 상대로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냈다. 6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세 번째 상대한 임지열은 다시 슬라이더로 삼진을 솎아냈고, 2사 뒤 이정후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놓인 두 번째 실점 위기에선 김혜성에게 바깥쪽(좌타자 기준) 직구를 꽂아 넣어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벤자민은 타선이 1회 초 지원한 2점을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까지 지켜냈다. 7회 말 2사 뒤 이지영과 전병우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송성문을 내야 땅볼로 잡아내며 무실점 투구를 완성했다. 탈삼진은 정규시즌(KBO리그) 개인 한 경기 최다인 9개나 잡아냈다. 벤자민이 눈부신 호투를 보여준 KT는 2점 리드를 지켜내며 2차전을 잡았다.
벤자민은 지난 10일 NC 다이노스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을 소화했다. 지난 13일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도 구원 등판해 1이닝을 막았다. 준PO에서도 1차전 패배로 위기에 몰린 팀을 구해내는 호투를 펼쳤다. 마치 전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지난 시즌 보여준 행보 같았다.
벤자민은 지난해 KT 통합 우승을 이끈 쿠에바스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대체 외국인 선수로 KBO리그에 입성했다. 여러 구종을 구사하고, 제구력도 좋다. 베테랑 박병호조차 감탄할 만큼 빼어난 친화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팀 동료 이름을 삽시간에 외우고, 한국말도 제법 잘한다. 가을 무대에서도 활약했다. 이제 그는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그야말로 '복덩이'다.
경기 뒤 벤자민은 "앞서 구원 등판(13일 KIA전)으로 인해 조금 걱정됐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았다. 수비 지원 덕분에 좋은 투구가 가능했다. 홈으로 향하기 전에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해 기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