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1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2회 말 무사 푸이그가 2루타를 치고 출루해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키움 히어로즈의 가을야구 '키맨'은 야시엘 푸이그(32)다.
푸이그는 지난 16일부터 열린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 모두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두 경기 모두 '이정후-김혜성-푸이그'로 클린업 트리오를 꾸렸다. 타격과 출루 능력이 좋은 이정후·김혜성 뒤에 푸이그를 배치, 득점 찬스를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었다.
푸이그의 활약에 따라 팀이 웃고 울었다. 푸이그가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한 1차전에선 키움이 8-4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2차전은 0-2로 패했다. 이정후(2안타 1볼넷)와 김혜성(1안타)이 네 차례 출루했지만 5번 타순에서 찬스가 계속 끊겼다.
결과를 떠나 푸이그를 향한 홍원기 감독의 신뢰는 단단하다. 전반기(70경기 타율 0.245)보다 더 안정적인 후반기(56경기 타율 0.316) 성적으로 키움의 중심 타선을 책임졌다. 출루율(0.367)과 장타율(0.474)을 합한 OPS가 0.841로 팀 내 이정후 다음으로 높았다. 8윌 이후 장타율이 0.573로 양의지(NC 다이노스·0.610) 이정후(0.600)에 이어 KBO리그 전체 3위. 같은 기간 홈런 11개를 쏘아 올려 이 부문 리그 공동 2위였다. 경기를 뛰면 뛸수록 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12월 푸이그의 계약이 발표됐을 때 야구계 안팎에선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푸이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통산 132홈런을 때려낸 강타자지만 잦은 기행으로 MLB 경력이 일찍 단절됐다. 현지 언론에선 '야생마(Wild Horse)'라고 부를 정도로 통제 불능 캐릭터가 강했다. 한 외국인 스카우트는 "푸이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선수"라며 "혹시 KBO리그를 한 수 아래라고 내려다보면 팀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의 영입을 고려하다 철수한 구단까지 있었다.
올 시즌 키움 히어로즈의 포스트시즌 키맨으로 평가 받는 야시엘 푸이그. 김민규 기자 푸이그는 예상보다 더 빠르게 팀에 녹아들었다. 시범경기 타율이 0.182(33타수 6안타)로 낮았지만, 자신의 루틴대로 시즌을 차분하게 준비했다. 강병식 키움 타격 코치는 "선수단에 잘 융화된 것도 푸이그가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준PO를 앞두고 홍원기 감독은 "난 푸이그를 악동이라고 한 적이 없다. 외부에서 기존 이미지를 갖고 그런 시각으로 본다"며 "야구하는 걸 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분명 팀에 녹아들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다.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고 강조했다.
푸이그는 준PO를 앞두고 특별 타격훈련(특타)을 자처했다. 팀 동료보다 먼저 나와 배트를 휘둘렀다. 추가 훈련까지 소화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포스트시즌을 준비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건 홍원기 감독이었다. 홍 감독은 "(푸이그는) 돌발행동이 가끔 나오기도 하지만 그 이후 동료들에게 미안해하고 자책도 하니까 문제 되지 않는다"며 "후반기 때 인터뷰를 하면 '챔피언십(포스트시즌)'에 갔으면 한다고 얘길 자주 하더라. (준비하는 걸 보면) 그게 빈말이 아니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푸이그는 19일 열리는 준PO 3차전에서도 중심 타선에 배치될 게 유력하다. KT 선발 사이드암스로 고영표 상대로 정규시즌 9타수 7안타로 초강세를 보였다. 2루타 2개, 홈런 1개를 때려내 장타율이 1.333에 이른다. 공교롭게도 키움은 이정후와 김혜성, 이용규, 김준완을 비롯해 왼손 타자 비중이 높다. 팀 내 많지 않은 '오른손 거포' 푸이그가 경기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시리즈 향방을 좌우할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