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두산 베어스 신임 감독은 18일 치러진 취임식에서 "난 포수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구단에 구체적으로 요청하지 않았지만 (보강이) 가장 필요한 포지션이 포수"라고 밝혔다. '삼성 레전드' 이승엽을 감독으로 깜짝 발탁한 두산 또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취임식에서 그가 '포수 보강'을 콕 짚어 설명한 만큼 관련한 추가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다.
가장 빠른 포지션 보강 방법은 FA 영입이다. 이번 겨울 FA 시장에는 유독 포수 FA가 많다. 양의지(35·NC 다이노스) 유강남(30·LG 트윈스) 이재원(34·SSG 랜더스) 박동원(32·KIA 타이거즈)을 비롯해 두산 주전 포수 박세혁(32)까지 자유계약선수로 풀린다. 이승엽 신임 감독은 "박세혁이 FA가 됐다. 혹시 박세혁이 떠날 수도 있다"고 전제하기도 했다.
벌써 프로야구 안팎에선 "양의지가 두산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돈다. 양의지는 2018년 12월 두산을 떠나 NC와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했다. 이번 겨울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국가대표 안방마님 양의지는 이승엽 감독의 구미를 가장 당기는 카드다. 원소속팀 NC도 "양의지를 꼭 잡는다"는 계획이다. NC는 양의지를 제외하면 포수 자원이 마땅치 않다. 지난 8월 '포수 유망주' 김형준이 오른 무릎 전방 십자인대 재건술을 받으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양의지는 "나뿐만 아니라 후배 포수들도 좋은 대우를 받고 FA 계약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포수 보강을 노리는 팀은 또 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2017년 11월 주전 포수 강민호(현 삼성 라이온즈)가 팀을 떠난 후 매년 문제가 반복됐다. 올 시즌에도 정보근·지시완 등이 번갈아가면서 포수 마스크를 썼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지난 5일 수비 강화를 강조하며 "많은 건 말씀드릴 수 없지만, FA 시장에 참전할 거다. 포수가 4명 정도 나오는 거로 알고 있다. 일단 내부적으로 이야기 중"이라고 공언했다. 8위로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한 롯데의 전력 보강 첫 번째 목표가 포수 FA 영입이다.
FA 시장에 나오는 포수 자원은 하나같이 주전이다. 올 시즌 극도로 부진한 이재원을 제외하면 계약에 따른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포수 연쇄 이동도 가능하다. 만약 양의지가 NC를 떠나면 NC가 다른 포수 FA를 영입, 그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 유강남의 비중이 큰 LG도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양의지·유강남·박세혁·이재원이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소속으로 대리인이 같다.
한 구단 관계자는 "한 대리인이 여러 선수의 계약에 관여할 수밖에 없어서 정보를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따라서 시장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다"며 "FA 제도가 도입된 이후 한 대리인이 이렇게 많은 포수 FA를 보유하고 있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FA 시장은 결국 정보 경쟁인데 구단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