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제1회 다양성 영화 신인배우 발굴 프로젝트’에서 심사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40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던 신예. 영화 ‘돌멩이’(2020)에서 출중한 연기력을 입증하며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올랐던 전채은이 정서경 작가와 만났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 부잣집 외동딸 박효린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전채은.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부터 ‘오늘의 웹툰’, ‘작은 아씨들’로 꽉 찬 한 해를 보낸전채은을 최근 서울 강남구 사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어린 시절 곤충을 좋아해 곤충학자가 되고 싶었던 전채은은 이젠 어엿한 배우가 돼 매번 다른 얼굴로 시청자들을 매료하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마치 생식 방법, 태어나는 시기 등에 따라 날개가 생기기도 생기지 않기도 하는 진딧물처럼 전채은은 ‘작은 아씨들’이라는 좋은 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날개를 달았다. -‘작은 아씨들’이 막을 내렸다. “처음 오디션을 보고 그럴 때는 ‘이게 다 언제 끝날까’ 그런 생각도 들었는데, 시간이 정말 훅 지나가버렸다. 첫 촬영을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종영을 했다기 허전하기도 하고 허무한 느낌도 든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신 덕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오디션 때는 어땠나. “오인혜 역의 박지후 언니와 오디션을 같이 봤다. 처음 오디션 봤을 때는 효린과인혜를 모두 연기했다. 서로 각자 효린과인혜를 했다가 또 역을 바꿔서 연기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효린을, 지후 언니는 인혜를 맡게 됐다.”
-둘이 오디션을 같이 봐서 나란히 합격한 것일 수도 있겠다.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줬던 것 아닌가 싶다. 우리 둘의 호흡이 좋다고 판단하셨던 것 같다.” -효린은 ‘작은 아씨들’에서 큰 성장을 이루는 인물이다. 효린의 터닝포인트를 어떻게 잡았나. “효린은인혜와 만나면서 자신의 부모가 자신이 알던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때부터 효린이의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전까지는 엄마와 아빠에게 사랑받기 위한 삶을 살았다면 그 후에는 인혜에게 자신의 삶을 의탁한 것 아닐까.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히 가지고 있었겠지만 뭔가가 달라졌을 거라고 여기고 연기했다.”
-효린의 성장 전·후로 연기톤에 어떤 변화를 줬나.
“눈빛 변화에 신경을 썼다. 처음에는 동그랗고 순수하게 사람들을 쳐다봤다면 나중에는 조금 날카로운 눈빛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엄마, 아빠 앞에서는 일부러 더 꾸며내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효린과 인혜의 우정이 정서경 작가의 다른 작품 ‘아가씨’를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아가씨’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 그래서 주요 장면 클립을 봤는데 정말 비슷한 면이 있더라. 서로 결핍된 걸 채워주면서 의지하는 관계성이 특히 비슷하더라. 작가님이 노린 게 있으셨나 싶기도 했다. 특히 효린이와 인혜가 함께 떠날 때의 장면에서 ‘아가씨’ 이야기를 한 분들이 많았다. 나도 신기했고 비교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나도 나중에 ‘아가씨’ 속 선배들처럼 큰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도 생겼다. 너무 좋았다.”
-박지후 배우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 “굉장히 가까워졌다. 연기하면서 걱정되는 부분도 서로 다 털어놨고, 그래서인지 극 속 효린이와 인혜처럼 우리도 실제 의지하는 관계가 됐다. 언니가 옆에 있으면 든든했고 긴장감도 조금 덜어지더라. 촬영을 하면서도 합이 잘 맞아서 정말 좋았다.” -엄마, 아빠였던 엄지원, 엄기준과 연기는 어땠는지. “촬영장에서는 내가 엄마(엄지원)로부터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서로 에너지가 잘 전달이 됐다고 느껴서 감사하다. 나한테서 부족한 점이 보인다고 생각이 들면 ‘이건 이렇게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아빠(엄기준)하고 붙는 장면들 가운데 내가 다그침을 받는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긴장이 되기도 하고 부담도 됐는데, 선배가 내가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정말 많이 도와줬다. 실제로는 굉장히 유쾌하고 웃음이 많은 분이셨다.”
-정서경 작가로부터 들은 조언이나 격려의 말이 있다면. “한토씨도 틀리지 말고 연기해 달라고 하셨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약간의 단서들이 담겨 있는 작품이라 그랬던 것 같다. 오디션을 볼 때는 내게 ‘정말 효린이를 위해 연기한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씀이 ‘작은 아씨들’을 하며 큰 힘이 됐다. 또 ‘작은 아씨들’ 뒤풀이 때도 ‘잘해줘서 고마웠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정말 기뻤다.” -얼마 전에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도 섰는데.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은 처음이었다. 너무 긴장됐다. 그곳에서도 ‘작은 아씨들’ 잘 봤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행복했다. 레드카펫을 밟는 건 정말 설레고 떨리는 경험이었다.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됐다.”
-올해만 세 작품을 했다. “연기에 대한 지식이 많이 쌓인 것 같다. ‘작은 아씨들’을 하면서 PD님으로부터도 좋은 조언과 디렉팅을 많이 들었다. ‘내가 매우 많은 걸 배우고 성장해가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 뿌듯한 한 해였다. 올 한 해는 굉장히 빠르게 지나갔고, 알차게 보냈다고 생각한다.”
-‘열일’하며 보낸 2022년인데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고 싶은 거 없나. “글쎄… 효린이처럼 100억 원을 받으면 좋을 것 같은데. (웃음)”
-그러고 보니 효린이는 100억 원을 어디에 썼을 것 같나. “효린이는 돈을 얻어서 기쁘다기보다는인혜와 함께한다는 것 자체로 행복했을 것 같다. 그래서 인혜랑 같이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앉아 있고 같이 맛있는 거 먹는 데 돈을 쓰지 않았을까.” -연기자의 길로는 어떻게 들어서게 됐는지 궁금하다. “남양주 소년소녀합창단에서 합창단원으로 활동했다. 그때 거기서 뮤지컬을 한다는 거다. 주인공을 맡아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오디션을 봤고, 빨간 머리 앤이 됐다. 무대에서 1시간 남짓 빨간 머리 앤이 된 것처럼 사는데, 그게 너무 재미있는 거다. 그때부터 연기에 관심을 갖고 연기에 관심이 생겼다. 원래는 곤충학자도 되고 싶었고 경찰도 되고 싶었다. 그런데 연기자가 되면 그 모든 직업을 조금씩 다 체험해 볼 수 있겠더라. 그런 점에서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곤충에 관심이 많았나 보다. “유치원 때부터 관심이 많았다. 곤충 관찰하는 걸 좋아했고, 습성을 외워서 주위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는 걸 좋아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쭉 좋아했던 것 같다.”
-최애 곤충이 있다면. “진딧물을 좋아한다. 진딧물에는 날개가 달린 녀석이 있고 안 달린 녀석이 있다. 근데 찾아보니 그 둘이 같은 종류라더라. 다만 언제 태어났는지, 유성생식을 했는지 무성생식을 했는지에 따라 날개가 생길 수도, 안 생길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그런 식으로 진화를 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또 집에서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개미를 키운 경험이 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눈동자가 크고 깊어서 스릴러 같은 장르를 하면 잘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스릴러에 출연한다면 지금과 다른 면모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작은 아씨들’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작은 아씨들’이라는 드라마에 관심을 가지고 시청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효린이와 인혜에 대한 큰 관심에도 감사하다. 너무 큰 사랑을 받은 것 같다. 요즘 정말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연기 많이 보여드릴 테니 전채은이라는 배우에게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