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첫 9위를 기록했던 두산 베어스가 2023시즌 반전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취임부터 기본기를 강조했던 이승엽(46) 감독이 본격적으로 지휘를 시작했다.
두산은 지난 17일부터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2군 구장인 베어스파크에서 마무리 훈련을 진행 중이다. 김재환·허경민·김재호 등 일부 고참 선수들은 불참했지만, 올 시즌 1군과 2군을 오갔던 김인태·양찬열·박계범·조수행 등 야수진이 대거 참석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하는 동안 포스트시즌 준비에 전념했던 두산 선수단에게는 8년 만에 펼쳐진 낯선 가을풍경이다.
마무리 훈련은 '감독' 이승엽의 첫 행보기도 했다. 이천에 짐을 풀고 본격적으로 지휘에 들어간 24일에는 오전 9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막을 열었다. 투수들은 밴드로 몸을 푼 후 송구 훈련과 PFP(Pitcher Fielding Practice·내야진과 합을 맞추는 훈련)를 진행했다. 야수들은 오전 동안 캐치볼과 펑고 훈련에 전념했다. 훈련 도중 선수단에게 당부를 전하는 조성환 수비 코치의 목소리가 구장 전체에 울려펴지기도 했다.
오후에는 투수진이 스트레칭과 코어 훈련을 진행하고 야수진은 조별로 돌아가며 배팅·트레이닝·수비·실내 배팅과 롱티까지 소화한다. 끝이 아니다. 투수 파트는 자율, 야수 파트는 전원 참석으로 야간 훈련까지 진행된다.
이승엽 감독은 23일 SSG 랜더스와 연습 경기를 앞두고 인터뷰에서 "선수 시절 내가 했던 훈련량을 두산 선수들도 잘 소화할 수 있고, 더 해내지 않을까. 선수들을 믿는다.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하지만, 훈련량은 배신하지 않는다. 지금 운동을 해두는 것이 분명 내년 시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루 뒤 이천에서 다시 만난 이승엽 감독은 "선수들과 면담해보니 올해 실패(팀 정규시즌 9위)했으니 그저 운동을 열심히 해보겠다고 이야기하더라. 쉬고 싶어하는 선수들도 있었고 훈련을 강요하진 않았다. 억지로 해봐야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며 "분명한 건 내가 마무리 훈련에서 선수들의 능력과 움직임을 봐야 내년 기용의 폭이 넓어진다. 강요하진 않더라도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무리 훈련 지휘를 돕는 '악바리' 이정훈 2군 감독 역시 강훈련 전도사로 유명하다. 그는 23일 인터뷰에서 "두산은 시스템이 갖춰진 팀이지만, 예전보다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훈련량을 더 올리고, 적절히 휴식을 주면서 (선수단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 훈련량은 많은 것도 아니다. 내가 선수 시절 마무리 훈련에서 했던 것에 비하면 50~6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선수로 뛸 때처럼 훈련하면 선수들이 다 구급차에 실려 갈 것"이라고 웃었다.
또 "두산 선수들이 그동안 KS에 계속 나가느라 강도 높은 마무리 훈련을 해보지 않았다. 선수들은 힘들다고 느낄 순 있지만, 프로 의식이 부족한 생각이다. 이승엽 감독님이 본격적으로 지도하시면 훈련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지난해 백업으로 1군에 자리 잡았고, 올해 주전에 도전했던 외야수 김인태는 "원래 감독님께서 선수 시절부터 훈련량을 많이 가져가셨고, 중요성을 강조하셨다는 걸 익히 들었다. 나 역시 올해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아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훈련의 양과 질을 함께 높이고 싶다"며 "개인적으로도 마무리 훈련을 3년 만에 했다. 원래 마무리 훈련은 양이 많아야 한다. 처음엔 적응이 안 됐는데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옛날 생각도 난다"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은 "마무리 훈련이니 조금 더 열심히 해야 하고, 조금 더 몰입해야 하고, 조금 더 진중하게 해야 하고, 한 발 더 뛰어야 한다. 23일 연습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좋았지만, 조금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훈련에) 만족이란 건 없다. 우승하고 최고의 성적을 올려야 만족이다. 12월부터는 선수들이 쉴 수 있으니 다치지 않는 수준에서 최대한 많이 뛰었으면 좋겠다"며 "해설위원 때랑은 다르다. 이제는 '우리 선수들'이니 안아주기도 해야 하지만, 아프게 혼낼 때는 혼낼 수도 있어야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