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만(46) 신임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취임식을 갖고 삼성 제16대 사령탑으로 첫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전임 허삼영 감독 때는 코로나19 탓에 단출하게 취임식이 진행됐지만 이번엔 달랐다. 원기찬 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와 홍준학 단장을 비롯해 마무리 투수 오승환, 주장 오재일 등 20여명의 선수도 취임식에 참석했다.
박진만 감독은 지난 8월 1일 성적 부진으로 사퇴한 허삼영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끌었다. 허삼영 감독 체제에서 38승 2무 54패(9위)를 기록한 삼성은 박진만 감독 대행 체제에선 28승 22패로 같은 기간 리그 4위로 성적이 향상했다. 최종 7위로 가을야구 진출엔 실패했지만, 그의 지도력을 인정, 지난 18일 정식 감독으로 승격했다. 삼성은 2년이 아닌 계약 기간 3년을 보장하며 최대 12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2억5000만원, 옵션 연 5000만원)을 안겼다.
박진만 감독은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감독으로서 무게감을 느낀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부담이 있지만, 올해 후반기 감독 대행을 하면서 선수들의 활기차고 패기 있는 모습을 봤다. 2023년이 기대되고 빨리 왔으면 하는 설렘이 큰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화려함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플레이, 그 플레이 안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이고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길 부탁한다. 집중력 없고 흐트러진 모습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어달라"고 당부했다.
박진만 감독은 등 번호 70번을 선택했다. 현대 시절 지도를 받은 김재박 감독의 등 번호와 같다. 그는 "김재박 감독님은 어렸을 때부터 우상이었다. 야구 스타일도 많이 배웠다. 프로에 오기 전부터 내 포지션(유격수)의 우상이어서 코칭스태프를 하면 70번을 달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없었다"며 "김재박 감독님의 야구를 하겠다는 것보다 선동열 감독님, 김성근 감독님 등 (선수 생활을 하면서 겪은 걸) 조합해서 운영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규시즌은 단기전이 아니어서 선수층이 두꺼워야 성적이 날 수 있다. 부상으로 빠지면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어야 한다. 대행을 하면서 보여준 기조(경쟁)를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의 박진만 감독 선임은 두산의 이승엽 감독 선임과 맞물려 많은 화제를 낳았다. 삼성 레전드 출신 이승엽 감독이 두산 사령탑에 올랐고 며칠 뒤 박진만 감독의 계약이 발표됐다. 두 감독은 1976년생 동갑내기로 과거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박진만 감독은 "팬들 입장에서 관심이 커진 거 같다. 이승엽 감독도 얘길 했지만, 야구가 침체해 있는데 국제 대회 나갔을 때 (좋았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이승엽 감독이나 내 의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진만 감독은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으로 불펜을 꼽았다. 시장 상황을 살펴 트레이드 시장에서 움직이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가장 관심이 큰 외국인 선수 관련해선 "좋은 결과를 보여줬고 안정적인 선수들"이라면서 "3명(뷰캐넌·수아레즈·피렐라) 모두 재계약이 우선순위"라고 공언했다.
삼성은 정규시즌 종료 후 곧바로 감독을 발표하지 않았다. 모그룹 보고와 결재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강인권 NC 감독 대행이 먼저 대행 꼬리표를 뗐다. 이승엽 감독의 두산 계약 소식까지 전해져 삼성 감독 선임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박진만 감독은 "강인권 감독이나 이승엽 감독이 빨리 발표되면서 얘기들이 많았는데 '내 발표가 정상적인데 그게 빨리 된 거 아닌가' 싶었다. 크게 좌우하지 않았다"고 말해 현장을 잠시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목표는 왕조 재건이다. 박진만 감독은 "프로는 2등이 필요 없다. 1등을 해야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그게 프로"라며 "내 마음은 한결같다. 우승을 위해 준비할 거"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