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에 그룹 개명(改名)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만 다섯 팀 이상이 그룹명을 바꾸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팀명을 변경하고 새 출발을 시작한 그룹들을 여럿 볼 수 있다. DKZ(디케이지)는 지난 3월 동키즈에서 팀명을 변경하고 새 멤버 경윤, 재찬, 종형을 영입했다. 동키즈라는 이름이 다양한 콘셉트를 소화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재찬은 “동키즈라 하면 대중이 당나귀밖에 생각하지 않는데 나중에 진지한 음악을 할 때 걸림돌이 될까 싶었다. DKZ로 바꾸면서 폭넓은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앨리스(ALICE)도 지난 4월 팀명을 엘리스(ELRIS)에서 영문 알파벳을 변경했다. 앨리스는 전원 완전체로 소속사 이적, 리더 교체, 멤버의 법적 개명 및 활동명까지 바꿨다. 이와 관련해 멤버들은 “앨리스는 한 명 한 명 매력을 잘 살려서 성장을 시킨 다음에 같이 모였을 때 한 팀이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새 출발의 느낌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TAN(탄)은 지난 8월 TAN(티에이엔)으로 이름을 고쳤다. 그러나 TAN의 의미를 담고 있는 ‘투 올 네이션스’(To All Nations)의 의미는 변하지 않았다. 리더 창선은 팀명 변경에 대해 “팬들과 많은 사람이 ‘탄’을 검색할 때 어렵다고 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사람이 조금 더 우리를 편하게 검색하고 편하게 알아갈 수 있도록 ‘티에이엔’으로팀명을 바꿨다”고 했다.
T1419(티일사일구)는 TFN(티에프엔)으로 팀명을 변경하고 첫 컴백에 나섰다. 26일 개최된 미니앨범 ‘비포 선라이즈 파트. 4’ 쇼케이스에서 멤버 건우는 “TFN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데뷔하는 신인의 마음으로 임함과 동시에, TFN이 T1419의 영어 철자 앞글자를 따서 T1419의 의미도 가져가려 했다.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데뷔 전 팀명을 바꾼 경우도 있다. 지난해 상반기 카카오TV-MBN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디 오리진 - A, B 오어 왓?’(THE ORIGIN - A, B, Or What?)을 통해 결성된 ATBO(에이티비오)의 첫 이름은 ABO(에이비오)였다. 그러나 ABO라는 단어가 일부 해외 지역에서 잘못된 뜻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팬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다.
‘임창정 걸그룹’으로 알려진 미미로즈도 데뷔 전 미미미에서 팀명을 교체했다. 이에 대해 인효리는 “(팀명이) 바뀌었다고 들었을 때 약간의 당황스러움과 낯설다는 느낌이 강했다”면서도 “주변에서 미미로즈라고 많이 불러주니 익숙해졌다. 타이틀곡 ‘로즈’와도 어울려 지금은 애정하는 이름이 됐다”고 했다.
팀명을 변경하는 이유는 분명 각자만의 이유가 있다. 다양한 콘셉트 소화를 위해, 더 편한 검색과 각인을 위해, 혹은 새 출발을 위해 등 좋은 의도를 가지고 팀명을 바꾼다. 그러나 그동안의 활동을 내려놓은 채 쌓은 인지도를 포기하고 대중에게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다가가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글로벌 팬덤, 검색어 등 고려해야 할 요소는 늘어났고,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되면 발 빠르게 바꾸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부를 수 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한 이들이 어떤 길을 걸어갈지 향후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