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 발란이 가품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6월 입점 업체가 가품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공식 사과를 한 뒤 약 4개월 만이다. 업계는 가품 유통 이슈가 발란만의 일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명품 브랜드와 계약을 맺고 공식 수입한 경우를 제외하면 가품 유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발란 외에도 명품을 취급하는 타 플랫폼들도 가품 시비로 곤욕을 치렀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발란에서 30만원대에 판매된 '스투시 월드투어 후드집업'이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가품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객은 리셀을 위해 크림에 해당 제품을 맡겼는데, 시리얼 넘버와 로고 등에서 정품과 차이가 있다고 판정됐다. 크림은 이 고객에게 제품 가격의 15%인 5만1000원을 페널티로 부과했다. 크림은 네이버 손자회사로 고가의 명품이나 한정판 제품을 취급하는 곳이다. 국내 리셀 플랫폼 중에서는 선두다.
발란은 곤혹스러운 눈치다. 아직 자체적으로 정·가품 여부를 검증 중이기 때문이다. 발란 관계자는 "가품 검증을 맡은 파트너사인 중고 명품 취급 업체 고이비토에서 스투시는 명품 브랜드가 아니라면서 검증을 거절했다. 현재 다른 곳에서 검증을 진행 중이며 판매업자에게는 소명을 요구한 상황"이라며 "아직 정·가품 여부를 공식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발란만의 일은 아니다. 무신사도 명품 판매 카테고리인 부티크와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에서 가품이 나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명품 플랫폼 업계에서는 "가품은 유통 구조상 어쩔 수 없이 나올 수밖에 없는 약한 아킬레스건 중 하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명품 리셀 플랫폼 A 사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은 채널 특성상 가능한 다양한 가격대의 많은 제품을 유통한다. 병행수입 채널은 당연한 선택"이라면서 "신뢰도 높은 병행수입 업체로부터 정품만 받더라도 복잡한 수입 과정에서 소수의 가품이 끼어드는 것까지 막기는 힘들다"고 털어놨다.
플랫폼마다 명품 감정 전문가를 채용하고 교육도 진행하고 있지만, 이 또한 사람의 영역이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섬세하게 검증하고 있으나 솔직히 우리도 100% 가품을 골라낸다고 장담 못 한다"며 "가령 2만여 개의 상품 중 1% 미만 수준만 가품이 섞였다고 해도 그건 가품을 유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정교하게 발전하는 가품 기술도 발목을 잡는다. 최근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는 정품 매장에 들어가는 수입 가죽과 실을 공수해 '특A급' 가품을 만든다고 알려진다. 정품도 수제품이고 가품도 사람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몇몇 브랜드의 특정 제품은 완성 수준이 비슷하다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발란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 중 가품 논란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본사 차원에서 미스터리쇼핑을 진행하고, 입점 심사 기준도 높이는 등 '발란 케어'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