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오는 24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조정에 눈길이 쏠린다. 시장은 미국과 금리 격차가 1%포인트나 나게 된 상황에서 한은이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내놓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3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현상이 지속하자 4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초유의 조처를 한 것이다.
미 기준금리 상단이 4.00%까지 오르면서 한국과의 금리 차가 1%포인트로 벌어지게 됐다.
한국의 기준금리보다 미국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원화 가치는 빠르게 하락하고 이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뺄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 수입 물가가 오르는데 이는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고물가에 대한 부담 기간도 길어진다.
게다가 치솟는 물가 상승률도 기준금리 상승을 압박한다. 한동안 하락세를 보였던 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반등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로 지난해 10월 대비 5.7% 상승했다.
지난 7월 6.3%를 기록한 후 8월 5.7%, 9월 5.6%로 조금씩 낮아지고 있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달 다시 5.7%로 높아지며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했다.
물가가 10월쯤 정점을 찍고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전망과 달리 고물가가 연말 내지는 그 이후에도 지속될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4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에서는 빅스텝을 확실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물가 상승률이 5% 이상이면 통화정책을 성장보다 물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이 빅스텝을 밟으면 기준금리는 3.50%로 올라간다.
하지만 한은이 쉽게 빅스텝 결정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가계의 금리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기준금리 상승에 대한 반영이 빨라졌다"며 "대출금리도 빠르게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7%대에 진입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최고금리는 연내 8%를 넘어 내년에는 9~10%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 2분기 가계 빚은 1869조4000억원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 대출자들이 부실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