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지난 4일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류지현 감독은 2년 계약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LG는 28년째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다.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우승 트로피들 들어 올리지 못해 사령탑 교체가 잦은 편이었다.
가장 최근 재계약에 성공한 사령탑은 1990년대 후반 천보성 감독이었다. 1996년 말 정식 지휘봉을 잡은 천보성 감독은 1997년과 1998년 2년 연속 LG를 한국시리즈 진출로 이끌었다. 당시 해태와 현대에 각각 1승 4패, 2승 4패로 패해 정상에 오르진 못했지만 2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천보성 감독도 재계약 첫 시즌인 1999년 팀이 6위로 떨어지자 계약 1년을 남겨두고 경질됐다.
우승 사령탑도 성적 부진으로 지휘봉을 오래 잡진 못했다. 1990년 LG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백인천 초대 감독은 1991년 6위에 그치자 재계약에 실패했다. 1994년 LG의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이광환 감독은 우승 직후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1996년 7월 팀이 7위로 부진하자 임기 도중 경질됐다.
2000년 이후에는 재계약에 성공한 감독이 한 명도 없다.
LG는 2000년 MBC 청룡-LG를 거친 이광은 감독을 신임 사령탑에 앉혔다. 하지만 2001년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김성근 감독이 대행을 거쳐 2002년 정식 지휘봉을 잡아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이끌었지만, 구단과의 마찰 속에 팀을 떠났다.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이광환 감독을 2003년 다시 모셨지만, 1년 만에 작별했다. 후임 이순철 감독도 3년 계약을 채우지 못하고 2006년 도중 자리를 떠났다.
LG는 '우승 청부사' 김재박 감독을 영입했다. 김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 11년 동안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LG에선 계약 기간 3년 내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듬해 LG는 박종훈 감독과 파격적인 5년 계약을 맺었으나 성적 부진으로 2년 만에 경질했다. 이후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2013시즌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으나 이듬해 시즌 도중 자진 사퇴했다. 이후 LG는 양상문 감독을 거쳐, 삼성 시절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류중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으나 역시나 정상 등극에는 실패했다. 류중일 감독은 2020시즌 준플레이오프 탈락 다음 날 구단 사무실을 찾아 먼저 작별 인사를 했다.
2020년 11월, 류지현 감독은 LG의 첫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사령탑이 됐다. 앞서 이광은, 김재박 등 MBC 청룡에서 전성기를 보낸 감독도 거쳤지만, LG 트윈스에서 성장한 사령탑은 그가 처음이다.
류지현 감독은 올 시즌 LG를 정규시즌 2위로 이끌어 재계약이 무난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서 정규시즌 순위가 낮았던 팀에 무릎을 꿇었다. 선수 육성과 체력 안배를 통해 장기 레이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능력을 선보였다. LG는 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승률(0.613)을 달성했다.
우승에 목마른 LG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성과가 극명하게 다른 류지현 감독의 재계약을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