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LG 신임 감독이 수비 코치를 맡던 2011년 5월 19일 광주 KIA전에 앞서 선수들의 배트를 살피고 있다. IS 포토 LG 트윈스가 신임 사령탑으로 염경엽(54) 감독을 선택했다.
LG 구단은 "제14대 감독에 염경엽 한국야구위원회(KBO) 국가대표 기술위원장을 선임했다"고 6일 발표했다. 3년 총액 21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 옵션 3억원)의 조건이다. 염 감독은 2018년 SK 와이번스와 3년 계약 당시에는 3년 25억원에 사인한 바 있다.
앞서 LG는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된 류지현 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4일 알렸다.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우승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다. 류지현 전 감독은 재임 2년 동안 시즌 막판까지 선두 싸움을 했다. 선수 육성과 장기 레이스 운영에 탁월한 능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2년 연속 순위가 낮은 팀에 밀려 우승에 실패했다. 특히 구본능 구단주 대행이 이번 플레이오프(PO) 결과에 굉장히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키움 히어로즈와의 PO를 1승 3패로 마감한 지 일주일 만에 재계약 불가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LG 새 사령탑 후보로 급부상했다. 실제로도 감독 후보 리스트에 포함됐다. 하지만 감독 계약까지 이뤄지진 않았다.
염경엽 감독도 새 사령탑 후보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LG가 당초 제안한 보직은 2군 총괄 코디네이터였다. 하지만 류지현 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기류가 급변했다.
IS 포토 LG 구단 최고위층 인사가 4일 밤 염경엽 감독과 만났고, 이튿날 계약에 이르렀다. 구본능 구단주 대행의 뜻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 2년 전 LG 구단은 감독 후보 면접을 진행했으나, 이번에는 그런 과정이 없었다.
염경엽 감독은 LG에서 2008년 스카우트를 시작으로 2009년 운영팀장, 2010~11년 수비 코치를 역임했다. 당시 지연·학연에 얽매여 팀을 망가뜨렸다는 비난 속에 쫓겨나듯 떠난 후, '우승 청부사'로 다시 돌아왔다. 염 감독은 2013~16년 넥센(현 키움), 2019~20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지휘봉을 잡았다. '염갈량(염경엽+제갈량)'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총 6시즌 가운데 건강 이상으로 자리를 비운 2020년을 제외하면 매번 팀을 가을 무대로 올려놓았다. 통산 738경기에서 406승 325패 7무, 승률 0.555를 기록했다.
LG는 우승이 절실한 구단이다.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이 마지막이다. 이에 포스트시즌에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거둔 류지현 감독과 작별을 택했는데, 염경엽 감독도 가을 성적도 썩 좋은 건 아니었다. 그는 2014년 넥센 사령탑 시절 2승 2패로 맞선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0으로 앞선 9회 말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2019년 SK에선 정규시즌 9경기 차 선두를 뺏겼고, 넥센과의 PO에서 3전 전패로 탈락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10승 17패. 아직 우승 경험이 없다. LG 구단 내부에서도 염경엽 감독 선임을 두고 "의아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LG 구단은 "프런트와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염경엽 감독이 구단의 궁극적 목표와 미래 방향성을 추구하기에 적임자라고 판단해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염경엽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팬들이 어떤 경기와 성적을 원하는지를 느꼈다.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감독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젊은 선수들의 큰 성장을 보여준 LG의 육성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성장의 연속성을 만드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겠다. 도움이 되는 리더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