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라가레스(33·SSG 랜더스)의 타구가 심상치 않다. 정규시즌처럼 맞는 족족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다.
라가레스는 지난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 5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8회 초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라가레스의 홈런으로 물꼬를 튼 SSG는 9회 빅이닝(6득점)을 만들고 8-2 대승을 거뒀다.
라가레스는 대체 외국인 타자다. 올 시즌을 앞두고 SSG는 파워를 갖춘 1루수 케빈 크론을 영입했다. 크론은 11홈런을 쳤지만, 타율이 0.222에 불과했다. 좀처럼 콘택트가 좋아지지 않자 구단은 결국 그를 교체했다.
라가레스는 크론과 반대 유형이다. 뉴욕 메츠에서 뛰던 2014년 외야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수비력을 갖춘 야수였고,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 0.282 장타율 0.403으로 장타력 대신 콘택트 능력을 갖춘 타자였다. 김원형 SSG 감독도 라가레스 영입 당시 "3할 타율을 쳐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라가레스는 기대대로 1번부터 6번까지 여러 타순을 소화하면서 정규시즌 타율 0.316으로 활약했다. 특히 적응기(7월 타율 0.238)가 지난 후 8월(타율 0.300)과 9월(타율 0.344) 활약이 뛰어났다. 8월 이후 강한 타구 비율(타구 속도 시속 150㎞ 이상·스포츠투아이 기준)이 오지환(34.9%) 호세 피렐라(35%) 등에 근접하는 34.7%(10위)에 달했다. 득점권 타율도 0.378이나 됐다.
좋은 타구 질은 가을 야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KS 4차전까지 소화한 6일 기준 라가레스는 타율 0.294(17타수 5안타) 1홈런 3타점 3득점을 기록 중이다. 3차전 역전 홈런도 라가레스의 콘택트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당시 키움 히어로즈 사이드암스로 김동혁을 상대했던 그는 초구 스트라이크 후 4구 연속 파울을 만들며 타이밍을 잡아갔다. 결국 7구째 체인지업이 가운데 실투로 들어오자 놓치지 않고 공을 고척스카이돔의 왼쪽 담장 밖으로 넘겼다. 투수를 압박한 덕분에 만든 역전포였다.
3차전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라가레스는 "꼭 안타를 쳐야겠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집중했다. 파울을 계속 치다 보니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가 보였고, 내 스윙을 했더니 홈런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정규시즌 종료 후 3주간 휴식기를 보냈던 그는 "개인적으로는 쉬지 않고 바로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싶어서 그 시간이 힘들었다. 아무리 잘 치고 있어도 (실전을 뛰지 못하면) 경기 감각이 떨어진다. 그 감각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거기에 집중해서 준비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팀 동료이자 역시 전 메이저리거였던 추신수가 그렇듯, 라가레스 역시 우승이 간절하다. 메츠 소속으로 2015년 월드시리즈(WS)에 출전했던 그는 당시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우승을 내줬다. 라가레스는 "당시 캔자스시티보다 우리 팀(메츠) 성적이나 개인 커리어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 팀이 이길 거라 예상했는데 졌다"며 "(준우승을 해보니)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