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4차전이 열린 5일 고척 스카이돔. 관중석에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였다.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초·중·고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내며 막역한 박찬호에게 '직관(직접 관람) 응원'을 부탁한 것.
박찬호는 방송 출연·광고 촬영 등 야구장 밖에서의 활동을 통해 '투 머치 토커(Too much talker·말이 많은 사람)'라는 별명을 얻었다. 선수 시절 메이저리그(MLB) 진출 선구자로서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지켰다면, 은퇴 뒤엔 '동네 아저씨'처럼 친근한 이미지가 생겼다. 이날 야구장에서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소통했다. 지상파 중계 해설을 맡은 박용택 위원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있는 박찬호를 보며 "친분이 없는 분과도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며 웃었다.
2022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PS)이 절정을 향하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뿜어지는 투지만큼이나 관중석 열기도 뜨겁다. 특히 반가운 손님들이 많은 얘깃거리를 남기고 있다.
KS 3차전에는 '현역 빅리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고척돔을 찾았다. MLB 일정을 마치고 전날(2일) 귀국한 그는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친정팀 키움을 응원하기 위해 야구장으로 향했다. 경기 전 이정후 등 절친한 선·후배들과 인사를 나눴고, 관중석에선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응원했다.
김하성은 지난달 19일 KT 위즈와 키움의 준플레이오프(PO) 3차전을 앞두고 수원KT위즈파크 1·3루 선수단 출입구 앞에 '커피 트럭' 이벤트를 선사하기도 했다. 키움뿐 아니라 수년 동안 한솥밥을 먹으며 친분을 쌓은 '전' 동료 박병호(KT)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박병호는 "멀리서도 이렇게 잊지 않고 응원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준PO 3차전엔 '배구 여제' 김연경이 등장했다. 서울 청담동에서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를 소화한 뒤 바로 수원으로 향한 것. 함께 예능 방송에 출연하며 친분이 생긴 KT 내야수 황재균의 초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경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고, 종종 팬들과 교감하기도 했다.
지난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S 2차전에 '인천 야구' 왕조 시대를 이끈 김성근 감독이 방문했다. 김강민·김광현 등 제자들을 모습과 경기력을 언급했고, 한국야구의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기도 했다.
KS 1차전을 앞두고는 키움 외국인 타자 야시엘 푸이그의 모친 마르티자 발데스 여사가 보낸 응원 편지가 화제가 됐다. 키움의 우승과 아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발데스 여사는 지난 7월에 이어 이번 PS에 맞춰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푸이그는 올가을 가장 뜨거운 타자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