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 염경엽(54) LG 트윈스 신임 감독의 성패는 결국 구본능 구단주 대행의 과감한 결단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앞으로 두 사람은 3년간 '운명 공동체' 관계다.
LG 구단은 지난 6일 염경엽 한국야구위원회(KBO) 국가대표 기술위원장을 제14대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3년 총액 21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 옵션 3억원)의 조건이다.
류지현 전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대신 염경엽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영입한 건 전적으로 구본능 구단주 대행의 결정이다. LG 구단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LG 가(家)'의 야구 사랑은 엄청나다. 우승 때 꺼내려고 금고에서 보관 중인 명품 시계와 일본 아와모리 소주는 고(故) 구본무 회장이 직접 마련한 것이다. 이어 구본준 LX 홀딩스 회장이 구단주에 올랐고, 2019년 1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구본능 전 KBO 총재. 올해부터 구본능 전 KBO 총재가 LG 트윈스 구단주 대행을 맡고 있다. 구본능 전 총재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KBO 총재로 재임했다. 경남중 야구부 출신으로 야구에 애정이 깊다. 구단주 대행에 오른 올 시즌 잠실야구장을 여러 차례 찾아 관전했다.
전임 류지현 감독은 2년 연속 선두 경쟁을 펼쳤다. 신예 육성과 장기 레이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포스트시즌(PS)에선 2년 연속으로 첫 라운드에서 탈락했다. 구본능 구단주 대행은 이번 포스트시즌 성적에 대해 굉장히 실망했다고 전해진다. 류지현 전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승률 6할 이상-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고도 재계약에 실패한 첫 사령탑이 됐다.
LG는 2년 전 류지현 감독 선임 과정에선 감독 후보 면접을 했다. 이번에는 전적으로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됐다. 구단은 류지현 감독 재계약 포기-새 감독 선임이 이뤄진 9일 동안 구본능 총재의 결단만 기다렸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소문만 무성했다. 감독 계약까지 이뤄지진 않았지만,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도 언급됐고, 실제 감독 후보 리스트에 포함됐다.
'우승의 한'을 품고 있는 LG이기에 구단 역대 두 번째 높은 승률(0.613)을 올린 프랜차이즈 스타와 결별하면서 '우승 청부사'를 데려올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우승 경험이 전혀 없는 염경엽 감독을 데려와 LG의 선택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염경엽 감독은 취임 소감으로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팬들이 어떤 경기와 성적을 원하시는지 느꼈다. 열정적인 응원에 보답하는 책임감 있는 감독이 되겠다"며 "한 번 실패했기에 이를 반복해 실패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염경엽 감독이 언급한 '실패'는 우승을 놓친 것을 의미한다. 2014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2019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사령탑 시절 우승 목전에서 고개를 떨군 바 있다.
염경엽 감독이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구본능 구단주 대행에게 따가운 시선이 향할 수밖에 없다. 이번 선택이 '꼬리표'로 항상 따라다닐 수도 있다. 반면 염경엽 감독이 3년 이내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면 구본능 대행의 선택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