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SSG 랜더스는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5차전 시작 1시간 전, 김원형(50) 감독과 재계약하겠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과 연봉 등 구체적이 조건은 나오지 않았다. 정규시즌 우승 후 발표한 것도 아니었고, 통합 우승을 이룬 성과를 평가한 것도 아니었다.
이에 대해 류선규 SSG 단장은 "정규시즌 우승 축승회에서 정용진 구단주께 (감독 재계약을) 보고했고, 오늘 민경삼 사장님이 (구장을 방문한) 구단주께 재가를 받았다. 김원형 감독님이 굉장히 고마워하셨다"며 "최근 야구계가 어수선했던 걸 고려해 (정 구단주가) 현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류 단장이 말한 '어수선함'은 LG 트윈스의 상황을 의미한다. LG는 정규시즌 2위를 기록한 후 플레이오프(PO)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패했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패한 후 2년 연속 '업셋'을 당했다. 단기전에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류지현 전 LG 감독은 재계약에 실패했다.
새 감독 선임은 구본능 LG 구단주 대행의 '톱다운' 방식으로 결정됐다. 류 감독은 재계약 불가 통보를 가만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LG 감독 후보군에 오른 전·현직 감독들은 상처를 입었다.
LG의 '어수선함'은 곧 다른 구단들에 전염됐다. 정규시즌 2위 감독이 '사실상 경질'을 당했다면 1위와 3위 역시 안심할 수 없었다. KS 우승만이 재계약을 자신할 명분이었다. 키움은 지난 2019년 준우승 후 장정석 당시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은 전례도 있다.
정용진 부회장의 스타일도 소문을 만들기 충분했다. 정 부회장의 구단 내 존재감은 구본능 대행 이상이다. SSG가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구단주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야구단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 긍정적인 행보로 볼 수 있으나, 이런 적극성은 반대 방향으로도 튈 수 있는 변수였다.
정용진 부회장은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발언을 주저하지 않는 인물이다. 김원형 감독은 선임도 SSG의 전신인 SK가 했다.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뒀으나, 세간이 김원형 감독의 재계약을 확신하지 못했던 이유다.
하지만 SSG는 김원형 감독을 더 믿기로 했다. 류선규 단장은 "아무래도 안팎의 상황에 김원형 감독님도 불안하신 것처럼 보인 부분도 있었다. 우승하지 못하면 감독이 바뀐다는 이야기가 돌지 않았나. 그런 게 김 감독님께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지금, 바로 경기 전에 (마무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게 김 감독님께 힘을 실어주는 것이고, 우승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리스크가 없는 선택은 아니다. 통합 우승을 마무리하기 전 맺은 김원형 감독과 재계약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일단 SSG는 발표 당일 귀중한 KS 3승째를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