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PS)에서만 거둔 승리가 8승. 올 시즌 키움 히어로즈의 가을은 꽤 인상적이었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키움은 PS 첫 관문인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승제)에서 정규시즌 4위 KT 위즈를 만났다. 4차전까지 2승 2패를 기록한 키움은 최종 5차전에서 4-3으로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따냈다. 준PO 1차전에서 오른 중지 물집 부상을 당한 안우진이 선발 등판, 6이닝 2실점 쾌투로 승리를 견인했다.
정규시즌 3위 LG 트윈스와 만난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는 말 그대로 '언더독의 반란'이었다. 키움은 정규시즌 상대 전적에서 LG에 6승 10패로 열세였다. LG는 불펜 평균자책점 2.89로 KBO리그 1위. 마운드의 힘이 달랐다. 키움은 1차전을 패한 뒤 2~4차전에 모두 승리하며 3연승으로 이변을 일으켰다. LG 자랑하는 필승조 이정용과 정우영 등을 무너트리며 구단 역대 세 번째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KS 상대 SSG는 정규시즌 상대 전적이 5승 11패로 최악에 가까웠다. 정규시즌 내내 결정적인 순간마다 SSG에 발목이 잡혀 약점이 뚜렷했다. 무엇보다 강행군에 가까운 PS 일정을 소화, 누적된 피로가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1차전을 깜짝 승리로 장식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역대 39번의 KS(1985년 삼성 전·후기 통합 우승으로 KS 미개최) 중 1차전 무승부로 끝난 1982년을 제외한 38번의 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우승한 건 38번 중 총 29번으로 확률이 76.3%였다. 하지만 2·3차전을 모두 패했다.
4차전 승리로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린 뒤 5차전에선 7회까지 4-0으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다. 그러나 8회 최정의 투런 홈런에 이어 9회 김강민에게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맞고 4-5로 패한 게 뼈아팠다. 벼랑 끝 승부였던 6차전에서도 3회 임지열의 선제 투런 홈런 홈런으로 리드를 잡았지만, 수비 불안 속에 동점에 역전까지 허용, 결국 무릎 꿇었다. 24일 동안 무려 15경기를 치른 PS 강행군에 선수단은 녹초가 됐다.
누구보다 이 상황을 잘 아는 건 홍원기 감독이다. 홍 감독은 KS를 모두 마친 뒤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대결해준 선수들에게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부족할 거 같다. 정말 PS 내내 원팀으로 고생해준 선수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싶다"며 "준PO부터 PS 8승을 했더라. 우리가 진정한 승자라고 선수들을 치하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