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누구나 창작자가 되는 시대가 올 전망이다. 글과 그림처럼 사람의 손을 거쳐야 했던 예술 영역을 인공지능(AI)이 대체할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웹툰을 필두로 콘텐츠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네이버·카카오도 관련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I로 완성한 그림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일종의 놀이로 자리매김했다. 데이터를 쌓고 학습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어 일부 표현이 왜곡된 경우가 있지만 나름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설립한 연구소 오픈AI의 텍스트 기반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 '달리'를 마주하면 급격한 AI 기술 발전을 체감해볼 수 있다. '선글라스를 끼고 하늘을 나는 푸들'이라는 문구를 입력하니 5초 안에 그럴듯한 이미지 4개를 그려냈다.
달리와 '미드저니' 등 대표 AI 이미지 생성 도구의 핵심은 '디퓨전(확산) 모델'이다.
백지가 아닌 수많은 노이즈로 시작해 제시된 단어와 유사한 개체가 나올 때까지 보정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는 지난 4월 달리 후속 버전을 공개할 당시 자신의 트위터에 "매우 재미있고 가끔은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오리지널 IP(지식재산권) 확보에 주력하던 양대 포털도 AI 기술 도입에 팔을 걷어붙였다. 창작자들이 단순 반복 작업에 시간을 들이지 않고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네이버웹툰이 3년 동안 연구·개발해 지난해 10월 선보인 'AI 페인터'가 대표적이다.
스케치 맥락에 맞게 자연스러운 채색을 돕는다. 창작자가 원하는 곳을 터치하면 AI가 필요한 영역을 구분해 자동으로 색을 입힌다.
네이버웹툰이 연재한 1500여 작품 약 12만 회차 분에서 30만장의 이미지 데이터를 추출해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 배경 등 각 영역의 특징과 스타일을 학습했다. 올해 5월 기준 AI 페인터로 채색한 작품 수는 60만장에 달한다.
'조조코믹스' '유미의 세포들'로 잘 알려진 이동건 작가는 "종이만화 시절 박스선 긋기나 말풍선 작업이 이제는 쉬운 공정이 된 것처럼 채색도 간단한 작업 중 하나로 축소될 것 같다. 작업을 줄여줄 기술이 나온다면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아직 AI 페인터가 정식 작품에 쓰인 적은 없지만 습작이나 서비스컷 등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주 활용하고 있다는 게 네이버웹툰의 설명이다.
실제 창작에 적용하면 전체 작업 시간을 최대 50%까지 단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간편하게 웹툰을 만드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카카오에서는 카카오웹툰을 제공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카카오브레인이 AI 창작 기술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카카오브레인은 AI 모델 '칼로'로 그림을 그리는 모바일 앱 '비 디스커버'를 지난달 출시한 데 이어 이달 초 해외에 무료로 공개했다. 내년 초에는 창작자를 지원하는 전문가 버전도 내놓을 예정이다.
원하는 키워드와 그림 유형(유화·수채화·만화 등)을 고르면 약 5초 만에 이미지를 완성한다.
키워드를 입력하는 단계마다 추천 제시어를 표시하는 '가이드', 다른 이용자가 만든 그림을 공유하고 감상하는 '익스플로어' 등 기능을 제공한다. 이미 제작된 이미지에 제시어를 더해 편집할 수도 있다.
다만 카카오엔터와 카카오브레인 간 기술 협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카카오브레인 측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긍정적으로 기술 개발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