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순환이 사실상 마비된 경제 상황 속 가상자산(가상화폐) 업계가 여전히 울상이다. 수수료에 치중된 사업 구조로 가상자산 거래소 매출은 곤두박질치고 비트코인 채굴기가 싼값에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깊은 한숨이 계속되고 있다.
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현지시간) 비트코인 채굴기들이 지난해 가격의 77% 낮은 수준에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상자산 채굴 서비스 업체 룩소르테크놀러지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 절차에 활용됐던 이 기계는 채굴기 성능을 나타내는 단위인 100테라해시당 약 24달러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지난해 106달러 하던 것이 80% 가까이 폭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1년 전보다 약 70% 폭락한 가운데 가상자산 채굴업체들은 불어나는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폭락한 매출에 분위기가 좋지 않다. 가상자산 거래소 수익은 99% 정도가 거래로 인한 수수료에서 나오는데, 거래량이 급격히 줄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 중인 두나무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7850억원을 거둬들였다. 이는 전년 동기(2조291억원) 대비 61% 감소한 수치다. 빗썸도 올해 2분기 순손실 43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자금이 말라버린 시기에 언제쯤 다시 활기를 띨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목소리도 있다. 빗썸 산하 빗썸경제연구소가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가 가상자산 시장에 더 긍정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빗썸경제연구소는 공화당이 가상자산 관련 법안발의와 정책논의에 적극적일 것으로 봤다.
연구소는 그 근거로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미 상하원 의원 가상자산 관련 성향 스코어를 들었다. 코인베이스는 앱을 통해 의원들의 가상자산 관련 성향을 A(매우 긍정적)부터 F(매우 부정적)까지 스코어를 매겨 공개하고 있다.
이 스코어에 따르면 공화당은 상하원 의원의 82%가 가상자산에 긍정적인 A, B 스코어를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50%에 불과했다.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D와 F 스코어 비율은 공화당의 경우 3%에 불과했으나 민주당은 30%로 더 높았다.
정당별 입장차는 의원들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에서도 드러났다. 가상자산 투자 이력을 공시한 의원 8명 중 7명은 공화당 의원이었다.
이미선 빗썸경제연구소 리서치센터장은 "친 크립토 진영의 후원을 받은 후보들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이들의 입법 활동이 탄력을 받으며 가상자산 시장이 한 단계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