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의 시간과 맞바꾼 월급 238만 원. 이제 나는 그 시간을 오롯이 나를 위해 쓰기로 한다. 이제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다. 인생 파업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대리 ‘일상 로그아웃’을 시켜 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가 안방극장을 찾아온다.
15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 그랜드볼룸에서는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아하아’)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이윤정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설현, 임시완이 자리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는 인생 파업을 선언한 자발적 백수 여름(김설현 분)과 삶이 물음표인 도서관 사서 대범(임시완 분)의 쉼표 찾기 프로젝트를 그린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부터 ‘트리플’, ‘치즈인더트랩’, ‘모두의 거짓말’까지, 한국 안방극장의 감성을 책임지는 작품으로 굵직한 획을 그었던 이윤정 감독이 3년 만에 선보이는 연출작이다. 이 감독은 “이렇게 많은 이들이 올 줄 몰랐다”고 말문을 열며 현장을 찾은 취재진의 열띤 취재 열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연출자로 20년 넘게 살아온 이 감독은 “그동안 ‘촬영장에서 죽는 게 소원이다’고 계속 말했다”면서 “그러나 하다 보니 지치는 날이 왔다. ‘이제 쉬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원작을 읽었다. CCTV를 나에게 달아놨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며 메가폰을 잡은 이유를 밝혔다.
무엇보다 김설현과 임시완의 새로운 만남이 작품을 향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 김설현은 극 중 맡은 번아웃에 빠져 낯선 마을로 떠나는 주인공 이여름을 맡아 극의 힐링을 책임진다.
김설현은 “’내 이야기를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공감을 많이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그동안은 사건 중심의 할 말 다하는 씩씩한 캐릭터를 많이 맡았지만, 사실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면서 “이번 작품은 감정 중심으로 흘러간다. 아는 감정이라는 확신이 들어 대본을 보자마자 감독을 찾아갔다”고 이야기했다.
1년의 공백기 동안 느꼈던 점들도 조목조목 짚었다. 김설현은 “(여름이는) 사회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신을 잘 모른다”면서 “실제로 나도 10년 정도 일만 생각하다 1년 정도 쉬면서 나를 많이 알아갈 수 있었고 ’그 시간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름이도 이 마음을 겪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임시완은 누가 말을 걸면 대답도 잘 못 할 정도로 수줍음이 많은 도서관 사서 안대범 역을 맡아 소년의 새로운 얼굴을 들이민다. 임시완은 “대사가 없어서 많이 끌렸다”고 너스레를 떨며 출연 계기를 밝혔다. 그는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데 이 부분에서 대리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 작품을 선택한 결정적 계기였다”고 털어놨다.
아이돌로 데뷔해 연기자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뤄 탄탄한 필모그래피와 작품 활동을 쌓아 올리고 있는 임시완. 그만의 작품을 보는 기준 또한 있을 터. 그는 “(작품을 보는 기준) 매번 바뀐다”고 이야기하며 “작품을 받았을 당시 할 수 있는 걸 한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캐릭터 표현을 위해 노력한 점도 언급했다. 이 감독에 따르면 그는 드라마를 위해 구례에 내려가 숙소를 잡아 놓고 실제 살기도 했다고. 임시완은 “주변에 인물 중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휴식이 되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그 사람들처럼 별말을 하지 않아도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방향성을 잡고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듣던 이 감독은 “임시완은 실제로도 굉장히 순수한데 극 중 대범이가 일상에서 소극적으로 살고 있다면, 임시완은 노는 것도 100m 달리기하듯 논다”며 “시간을 꼼꼼히 채워서 지낸다”고 덧붙였다. 드라마의 주요 배경 안곡마을은 ‘아하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 산과 바다를 품은 평화롭고도 한적한 공간인 안곡마을은 복잡한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풍경과 사람 냄새 나는 드라마의 이야기를 더 증폭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김설현은 “처음 지방 촬영을 갔을 때 대본을 만들어놨을 정도로 장도가 사실적이고 예뻐서 놀랐다”며 “드라마를 찍으면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데 오히려 힐링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임시완은 “원래 촬영 반 휴식 반의 느낌으로 작품에 임해 본분에 최선을 다했다”고 웃음 지었다.
이 감독이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작품의 모양새는 어땠을까. 이 감독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다큐멘터리 같은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고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을 드러냈다. 출연 배우들 또한 대부분 노메이크업이었다고. 이 감독은 “설현도BB 하나만 바르고 나온다”면서 “낡은 2~3벌 옷으로 돌라입는다”며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도 말했다.
배우들 또한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픈 힐링 메시지를 담담히 이야기했다. 김설현은 “삶에 치인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로 힐링이 필요한 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했고, 임시완은 “우리는 바쁘지 않으면 도태되는 필연적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며 “그렇기에 사실상 지쳐 있음에도 지쳐가는 걸 자신이 모를 정도로 바쁘다. 바쁨이 기본값이다.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휴식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한쪽에 다들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 조금이라도 마음의 휴식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드라마의 진짜 의미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라는 말은 사실 ‘뭘 해야 행복할까’, ‘하고 싶다’는 반대의 의미라고 생각한다”며 “이에 답이 있지 않다는 걸 알아간다. 나도 찾아가는 과정이다”고 했다. 연출하며 특이한 점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이 감독은 “6회 정도 됐을 때 세트에서 촬영했는데 대사가 긴 신이었다. 대사 NG가 이때 처음 났다”며 “대부분 배우 대사 NG가 없었고 여름이는 그때 말고 NG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아하아’는 오는 21일 지니 TV, seezn(시즌)을 통해 공개되며 ENA 채널에서는 같은 날 오후 9시 20분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