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패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신성통상이 올해 3분기에도 실적에 날개를 달았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이후 글로벌 패션 업계가 호황기를 맞았고,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혜택을 받은 덕이다. OEM사의 최대 협업 파트너인 미국의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올 4분기에도 이들 3사가 호실적을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6.7% 성장해 2758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 예상치인 2153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영원무역도 같은 기간 매출이 46.2% 늘어 1조1623억원을 기록했다.
한세실업 역시 영업이익은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인 1701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보다 58.8% 급증한 수치다. 매출은 1조78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비교적 OEM 비중이 적은 신성통상도 웃었다. 신성통상은 지난 14일 올 3분기 영업이익이 264억1758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77%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23.59% 증가한 3550억3569만원이다.
실적 향상 요인 중 하나는 코로나19와 의류 OEM 단가 인상이 꼽힌다. 주요 해외 의류 바이어들은 코로나19 확산 당시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패션 OEM 회사에 원료가격 및 물류비 인상분을 보전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도 한세실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1100원 수준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은 올해 1400원을 돌파했다.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 결제를 달러로 받는 국내 OEM 업체들의 실적 향상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2.5로 전달의 107.8에서 하락했다. 소비자 신뢰지수는 100을 넘을수록 소비자가 경제 전망을 낙관한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과 가파른 금리 인상이 계속되며 미국 가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유명 브랜드의 의류 품목 재고 증가도 걱정거리다. 실제로 글로벌 스포츠 의류 기업인 나이키의 재고 자산은 97억 달러(약 13조9490억원)로 전년 대비 44.2% 증가했다. 북미에서는 재고가 65%나 급증했다. 재고가 늘면 대규모 할인 판매가 불가피하고, OEM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OEM사들의 주요 고객사가 위치한 미국의 의류 재고 증가가 지속하고 있고, 패션류의 소매판매 성장도 저조하다"며 "대부분 OEM기업들이 내년 실적 전망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환율 효과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