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사 진진 tvN ‘연애 말고 결혼’의 강세아를 기억한다. 약 7년 전 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을 마친 한선화의 인터뷰 첫 줄을 이렇게 시작했다.
영화 ‘창밖은 겨울’ 개봉을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이 글을 수미쌍관처럼 이렇게 시작하고 싶다. ‘2015년 봄의 한선화를 기억한다’고.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선택을 기다리는 배우에서 선택을 하는 배우가 된 한선화의 이야기를 쓰면서 굳이 굳이 2015년의 기억을 끄집어낸 건 지난 시간 동안 배우로서, 직업인으로서 변하지 않은 한선화의 진심을 봤기 때문이다. '연애 말고 결혼' 출연 당시 한선화. 사진=tvN 제공 “저는 제가 맡은 일은 책임감을 갖고 다 소화해야 하거든요. 다른 분들이 어떻게 보실지라도 우선 저 스스로는 인정을 해야 해요. 그래야 칭찬을 받든 쓴소리를 듣든 속이 시원한 스타일이라서요.”
7년여 전의 인터뷰가 떠오른 건 한선화의 이 말을 듣고서다. 데뷔 후 첫 주말극 주연이었던, 게다가 엄마를 연기해야 했던 ‘장미빛 연인들’은 한선화에게 지금 다시 떠올려도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게다가 그가 이 작품에서 연기한 백장미는 지나치게 모성애가 없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에게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때도 한선화는 이렇게 말했다.
“장미의 행동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대본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설득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요. 저 스스로 이해가 안 되면 연기하기 힘들잖아요. 이후에 시청자분들이 장미를 욕하실 때는 오히려 좋았어요. 그만큼 많은 분들이백장미에게 관심을 가져주신다는 증거니까요. … 연기는 계속하고 싶으니까 또 노력해야죠. 기회가 주어지면 최선을 다할 거예요. 그래야 혹시 잘못되더라도 다음이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주어진 상황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 그리고 지나서 후회하지 않는다’는 게 제 원칙이에요.” 사진=영화사 진진 그간 수많은 작품과 인터뷰를 해왔을 배우가 다른 시기, 다른 작품의 인터뷰에서 같은 말을 한다는 것. 그것은 그 말이 실제 복심과 같을 때에야 가능한 일이다. 한선화의 초심이 무엇이었을지는 몰라도 ‘내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는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은 것이 틀림없다. 멀리서나마 배우의 성장을 함께 지켜봐 왔던 입장에선 일견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당시 인터뷰 기사에 담지는 못 했지만, 두고두고 계속 기억난 말이 있었다. “나는 주어진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진짜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다음 기회를 잡아왔다”던 말이었다.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만 일을 할 수 있는 대중예술인의 특성을 잘 드러낸 말이지만, 비단 대중예술인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나 역시 매 순간,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의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가. 최근 몇 년간 그 말을 거울처럼 들여다보는 일이 잦았다.
한선화는 올해 티빙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로 자신의 대표작을 갈아치웠고, ‘대무가’에 이어 ‘창밖은 겨울’까지 스크린에 걸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내년에는 주연을 맡은 영화 ‘달짝지근해’가 관객들과 만난다. 다음 작품이라는 기회를 얻기 위해 납득할 수 있는 한도까지 자신을 밀고 끌어온 한선화에게 주어져서 참 다행인 결과물들이다. 개봉을 앞둔 ‘창밖은 겨울’, 다음 달 공개되는 ‘술꾼도시여자들2’은 물론 아직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은 작품들까지. 배우 한선화가 보여줄 다양한 얼굴들이 진심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