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은 매우 보수적이고 조심스럽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그의 이러한 성향이 더 두드러진다.
벤투 감독은 월드컵 개막을 앞둔 지난 19일(한국시간)부터 손흥민(30·토트넘)의 부상 회복 상태에 대해 대표팀 관계자 전원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그동안 대표팀은 주로 초반 15분 정도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훈련 후에는 미디어 담당관이 선수들의 훈련 내용이나 분위기 등을 기자들에게 짧게 공유했다. 한국 취재진에게 가장 큰 관심은 손흥민의 부상 회복 정도다. 대표팀은 손흥민이 지난 16일 카타르에 합류한 이후 비교적 자세하게 손흥민의 상태에 대해 취재진과 공유했다.
손흥민은 지난 2일 챔피언스리그 경기 도중 왼쪽 눈 주위 골절 부상을 당했고, 4일 수술 후 카타르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훈련을 하고 있다. 현재 빠르게 회복 중이며, 헤딩을 제외한 모든 훈련을 함께하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가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손흥민의 움직임이나 훈련 내용을 보면 그가 얼마나 회복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19일 H조 상대인 포르투갈, 가나 등이 모두 카타르에 입성하면서 한국 훈련장에는 외국 기자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벤투 감독은 훈련 공개를 거의 하지 않고, 미디어 브리핑도 제한하기 시작했다. ‘손흥민 보안 작전’에 나선 셈이다.
대표팀에는 손흥민 외에도 햄스트링이 안 좋은 수비수 김진수(전북 현대), 공격수 황희찬(울버햄프턴) 등이 있다. 이들의 정확한 상태도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 11일 화성에서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벌인 한국은 카타르 입성 후 평가전을 하지 않았다. 기회는 있었다. 4월 조추첨 직후 같은 조에서 아시아 팀을 만난 유럽 강팀들이 대회 직전 카타르 혹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평가전을 하자고 한국에 제안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이 응하지 않았다.
언뜻 지나치게 수동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사상 최초의 겨울 월드컵으로 체력 변수가 엄청나게 커졌다는 점에서 지금처럼 임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한국 대표팀의 절반 이상이 K리그 혹은 아시아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11월엔 체력이 바닥난 상황이다. 유럽파 선수들도 핵심인 손흥민, 김민재(나폴리), 이강인(마요르카), 이재성(마인츠) 등이 소속팀 주전 선수들이라 월드컵 직전 휴식이 필수다. 더구나 손흥민의 안면 부상이라는 변수까지 생겼다.
대표팀은 20일 휴식한 뒤 21일 오전(현지시간) 우루과이전이 열리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 가서 경기장 답사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