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가 막을 올렸다. 한국은 24일 우루과이와 H조 첫 경기를 앞두고 있다. 한국이 가장 경계할 점으로 상대팀의 '강한 화력'이 꼽히고 있다. 개막을 앞두고 평가전을 치른 가나와 포르투갈이 연달아 위협적인 공격력을 보여줬다.
가나는 지난 17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치른 스위스와 평가전을 2-0으로 이겼다. 모하메드 살리수(사우샘프턴)와 앙투안 세메뇨(브리스톨 시티)가 연속골을 기록했다. 카타르 월드컵 H조의 가나는 FIFA랭킹 61위로, 한국 축구대표팀(28위)이 그나마 승리를 기대할 만한 상대로 꼽혔다. 그러나 가나가 보여준 스피드와 골 결정력은 수준급이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귀화 선수인 이냐키 윌리엄스(아틀레틱 빌바오)와 타리크 람프티(브라이턴)가 각각 공수에서 꼭 필요한 자리에 들어간 느낌이다. 윌리엄스와 더불어 평가전에 나오지 않은 토마스 파티(아스널) 등이 공격에서 꽤 좋은 조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고 가나 전력을 평가했다.
그동안 가나의 약점으로는 단단하지 못한 수비 조직력, 그리고 주전이 빠져 서드 골키퍼(로런스 아티지기)가 골문을 지키게 된 점이 지적됐다. 그러나 스위스를 상대로는 이런 약점이 크게 도드라지지 않았다.
포르투갈은 18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나이지리아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렀다. 결과는 4-0 대승. 브루누 페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두 골을 넣었고, 곤살루 하무스(벤피카)와 주앙 마리우(벤피카)가 골을 추가했다.
포르투갈은 월드컵 본선을 치르기 전 몸을 푸는 듯한 실전 테스트를 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장염을 이유로 결장했지만, 공격력이 매서운 미드필더 페르난데스가 이름값에 걸맞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H조의 한국과 우루과이는 별도의 평가전을 치르지 않는다. 하지만 우루과이의 공격진은 포워드부터 미드필더까지 두루 득점 능력과 활발한 활동량을 갖추고 있다.
H조 상대 팀들이 ‘수비수가 느리고 수비 조직력이 약하다’고 평가를 받는데, 이는 공격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나온 상대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그만큼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이 승점을 따내기 위해서는 수비진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그동안 월드컵 본선 총 34경기에서 34득점 70실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한 번도 남미 팀을 이겨본 경험이 없다. 이번에 반드시 승점을 내야 하는 첫 경기 상대가 바로 남미의 우루과이다.
또 한국은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2차전을 이겨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1승 상대’로 점 찍은 가나를 2차전에서 만난다. 이처럼 통계에 근거했을 때 어려운 상대인 우루과이, 가나를 차례로 상대해야 한다. 기대를 할 만한 건 센터백 김영권(울산 현대)과 김민재(나폴리) 조합의 존재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본선에서 상대하는 팀들은 우리의 실수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안정적인 수비 밸런스를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이 세 번째 월드컵 무대인 베테랑 김영권과 현재 유럽 무대에서 손에 꼽히는 수비수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민재는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지난 4년간 호흡을 맞춰왔다. 이들은 상대 최전방 공격수를 묶어내면서 빌드업 축구를 하는 한국의 후방 뒷공간을 넓게 커버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김영권은 출국 인터뷰에서 “상대보다 정신력, 투지에서 앞선다면 이길 수 있다”고 출사표를 냈다. 최근 뜨거운 활약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는 김민재는 “그동안 손흥민 형이 어떤 압박감을 느꼈는지 실감하고 있다”면서도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이 중요하다. (팀에) 헌신할 준비가 되었고, 희생해야 한다. 영권이 형과는 오래 호흡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표팀은 14일 카타르에 도착한 이후 선수들의 지친 체력을 끌어올리고 최종 전술을 다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요일인 20일에는 훈련 없이 온전히 휴식을 취했다. 당초 현지시간 20일 오전 훈련이 계획되어 있었지만, 모두 취소했다.
또 벤투 감독은 주장 손흥민과 김영권 등 맏형 급 선수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향후 진행하는 팀 훈련은 모두 저녁에만 하기로 했다. 카타르는 오전에도 기온이 너무 높고 햇볕이 뜨거워 선수들의 체력을 아끼기 위한 조치다. 한국은 우루과이, 가나를 상대하는 1, 2차전을 현지시간으로 오후 4시에 치른다. 포르투갈과의 3차전은 오후 6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