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A 직원이 모바일 앱을 이용해 명품을 검수하는 모습. 무신사 제공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스토어에 입점한 병행수입 업체들의 판매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관행'이라며 정품 인증에 소홀하거나 상품 정보가 담긴 택을 고의로 훼손하는 등 소비자 권익이 침해받는 일이 벌어지자 무신사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최근 병행수입 검수 기준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병행수입 업체가 무신사 스토어, 29CM, 레이지나잇 등 무신사가 운영하는 플랫폼 서비스에서 판매하려는 상품의 정품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검증하는 절차가 추가된다.
기존에는 병행수입 업체 평판과 상품 유통 역량 등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 뒤, 판매 상품에 대해서는 수입신고 필증 등의 서류만 점검했다. 앞으로는 자신들이 무신사 서비스에서 판매하려는 상품이 정품임을 브랜드 본사 또는 브랜드 공식 인증 파트너 등에서 검증받았다는 증명서를 새롭게 내야 한다.
. 또 병행수입 업체가 판매하려는 상품의 모든 표시사항도 100% 정상적으로 부착되어 있는지 검수하는 절차가 추가됐다. 상품 정보가 담겨있는 택이나 케어라벨 등 소비자가 확인해야 할 것들이 훼손되지 않았는지를 살펴본다.
그동안 일부 병행수입 업체는 해외에서 저렴한 가격에 유명 브랜드 제품을 수입하면서 제품 라벨이나 택을 제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택이 제거된 상품은 국내 공식 판매처나 서비스센터에서 교환이나 수리, 환불 등의 고객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다.
무신사는 관행처럼 이어졌던 택 제거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입점한 병행수입 업체들에 추가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무신사가 내세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병행수입 업체들은 더는 판매가 불가능하다. 무신사가 거래액 감소를 감수하고 과감한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병행수입은 저렴한 가격으로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살 수 있어 국내 e커머스 시장에 안착했다. 그러나 가품 우려와 사후 보상 미비 등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업계는 무신사의 이번 파격적인 결정이 국내 전자상거래 및 플랫폼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무신사는 올 상반기부터 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TIPA)와 손잡고 해외 직매입 상품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왔다. 이번에는 병행수입 입점 업체에 엄격한 정책을 실시하며 단계적으로 취급 상품 검수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의 이번 결정을 보고 오픈마켓, 이커머스 플랫폼 등 다른 기업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모인다”며 “소비자들이 더욱 안심하고 100% 정품을 구입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