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21일(한국시간) 밤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을 2-6으로 대패했다. 조별리그 통과를 위해선 25일 웨일스와 2차전에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반면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이란의 수비벽을 완벽하게 무너뜨리며 우승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객관적인 전력상 이란은 한 수 아래였다. 이란의 FIFA 랭킹이 20위로 5위인 잉글랜드와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변수가 없었던 건 아니다. 바로 이란이 자랑하는 '수비 늪'이었다. 강팀을 상대할 때 수비 라인을 내리고 거친 태클로 공격을 저지하는 특유의 전술이 통한다면 경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실제 이란은 수비에 힘을 줬다. 공격수 메디 타레미(FC 포르투)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수비에 가담했다. 5-4-1의 형태로 경기 초반 잉글랜드를 상대했다. 하지만 전반 7분 주전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페르세폴리스 FC)가 수비수 마지드 호세이니(카이세리스포르)와 충돌, 코에서 피가 나는 부상을 당했다. 경기는 8분여가 지난 뒤 속개됐지만 베이란반드는 1분 정도가 지난 뒤 호세인 호세이니(에스테그랄)와 교체됐다.
잉글랜드는 공격을 밀어붙여 전반 25분 점유율 73%를 기록, 이란을 압도했다. 촘촘한 이란의 수비라인은 전반 34분 균열이 발생했다. 루크 쇼(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크로스를 주드 벨링엄(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 헤딩 골로 연결, 골문을 열었다. 전반 43분에는 해리 매과이어(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패스를 받은 부카요 사카(아스날)가 추가 득점했다. 이란은 전반 추가 시간 라힘 스털링(첼시)에게 세 번째 골까이 내줘 0-3으로 끌려갔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페예노르트) 등 3명을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한 번 흔들린 수비는 더 크게 무너졌다.
후반 62분 사카, 71분 마커스 래시포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89분에는 잭 그릴리쉬(맨체스터 시티)에게 융단 폭격을 맞고 백기를 들었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패스 게임을 하듯 이란 수비를 벗겨냈다. 이란으로선 후반 65분에 이어 후반 추가 시간 페널티킥 득점한 타레미의 멀티 골이 유일한 위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