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한화의 얼굴로 부각되고 있다. 한화에서 3개 핵심 계열사의 대표직은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수주전과 한미 비즈니스 협상, 국제포럼 대통령 특사단 등 대외적인 주요 이벤트에도 핵심 멤버로 나서며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한화 얼굴로 ‘재계 형님’들과 어깨 나란히
21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한화의 얼굴로 나서며 ‘재계 형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등 실질적인 그룹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으로 재계는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8개 그룹 총수와 빈 살만 왕세자의 전격적인 만남이 이뤄졌고, 김동관 부회장도 이 자리에 한화그룹 대표로 참석했다. 이날 왕세자가 접견한 8개 기업의 수장 중 김동관 부회장이 가장 어렸다.
1983년생인 김 부회장과 1960년생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나이 차는 23세에 달했다. 사실 ‘재계 형님’이 아니라 삼촌뻘이다.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이 1982년생으로 김 부회장보다 한 살 많았다.
사우디 초대형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의 규모가 5000억 달러(약 678조원)에 달하고 빈 살만 왕세자가 콕 찍어 초대한 만큼 어떤 논의가 오갔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한화는 태양광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와 관련해 직접적인 참여가 예상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알려진 게 없다. 다만 170km 네옴시티의 외벽을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 건립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 부분에 참여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사우디가 공개한 네옴시티의 외벽 ‘더 라인’은 사우디 북서쪽을 가로질러 170km 길이에 구조물 높이 500m, 너비 200m에 달한다.
글로벌 보폭도 넓히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의 다보스 포럼 특사단에 경영인 대표로 낙점됐다. 나경원 전 국회의원이 특사단장을 맡았고, 이상엽 카이스트 부총장 등이 김 부회장과 함께 포함됐다. 30~40대 젊은 오너를 대표하는 성격으로 선택받은 김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인들과 세계 경제의 현안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부회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마련된 한미 교류의 장에서도 대표로 참석했다.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회의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5대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했는데 김 부회장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김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양국의 경제 동맹이 태양광 분야까지 확대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화 측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건재함에도 김 부회장이 대외적인 수장으로 나서는 이유에 대해 “최근 오너 3세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고, 재계 수장들의 연배가 낮아진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3개사 대표직에 가정사까지 대내외적 무게 가중
오너가 유일의 사내이사, 지주사 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3개사 대표이사, 우주산업 ‘스페이스 허브’ 팀장 등이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에서 가진 직함들이다. 한화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사업에 중책을 맡아 어깨의 짐이 부쩍 무거워졌다.
지난 8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녹록지 않은 후계자 승계 과정 도중 가정사까지 겹치면서 부쩍 수척해진 모습이다. 올해 살이 빠지면서 얼굴의 주름도 선명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확실히 1년 전에 비해 마른 모습이다.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는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9년 한화솔루션 부사장, 2020년 사장에 이어 올해 부회장으로 고속 승진하면서 경영승계에 속도가 붙었다. 다양한 경영 현안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 와중에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투병 중이던 어머니를 정성스럽게 보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서영민 여사는 지난 8월 미국에서 별세했고, 김 부회장을 비롯해 가족들이 임종을 지키며 장례도 치렀다.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짧은 머리를 유지한 것도 투병 중인 어머니와 고통을 함께 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어머니를 지극히 모셨고, 동생들과도 원만하게 사이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김 부회장이 김승연 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와 함께 사이좋게 웃으며 찍은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김동관 부회장은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큐셀의 흑자 전환 등의 성과를 내며 경영 리더십에서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미래사업 추진에 있어 김승연 회장의 경영 구상을 구현해나가는 역할을 맡아 영역 확대도 자신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한국의 스페이스X’를 꿈꾸는 우주사업 부문에서도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연구진과 함께 우주로 가는 지름길을 찾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