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가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보여주고 있다.
메시는 27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예선 C조 2차전에 출전, 결승 골과 쐐기 골 도움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내내 상대 압박 수비에 고전했던 메시는 후반 19분 진가를 발휘했다.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디 마리아의 패스를 받아, 깔끔한 볼 트래핑 뒤 전매 특허인 왼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공은 멕시코 골문 오른쪽 아래 구석을 파고들어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메시는 후반 42분 왼쪽 측면에서 코너킥을 받아 골문으로 쇄도한 엔조 페르난데스에게 연결해 슈팅 기회를 열었다. 페르난데스가 감아 찬 슈팅이 다시 한번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이 경기 두 골 모두 메시의 발에서 나왔다.
메시는 자신의 21번째 월드컵 출전에서 통산 8호 골을 터뜨렸다.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이었던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가 월드컵에서 남긴 득점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르헨티나 역대 최다 골 기록자는 가브리엘 바티스투타(10골)다. 메시가 남은 대회에서 3골 더 추가하면 새 역사를 쓸 수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2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1-2로 역전패했다. '난적' 멕시코와의 승부에서 승점 3점을 추가하지 못하면 16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는 상황. 메시는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를 구하며 자신이 왜 '리빙 레전드'인지 보여줬다.
호날두도 카타르 대회 첫 경기에서 포르투갈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지난 25일 스타디움974에서 열린 가나와의 조별예선 H조 1차전에 출전, 선제골을 넣으며 포르투갈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호날두는 전반 9분 날카로운 중앙 침투, 13분 특유의 체공력을 이용한 헤더를 보여줬다. 31분엔 상대 수비수들의 압박을 뚫고 골망을 흔들기도 했다. 앞선 상황에서 그의 반칙이 선언된 탓에 골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활발한 움직임으로 포르투갈의 공격을 이끌었다.
첫 골은 노련미가 돋보였다. 호날두는 후반 65분 주앙 펠릭스의 힐 패스가 가나 골문 앞으로 향하자 재빨리 쇄도했고, 먼저 발을 뻗어 공을 건드렸다. 이 과정에서 수비수 모하메드 살라수의 발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호날두가 공을 먼저 소유했다고 보고 수비 반칙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호날두는 왼쪽 구석으로 볼을 차넣어 득점을 만들어냈다.
호날두는 이 골로 월드컵 5개 대회 연속으로 득점을 기록한 역대 첫 번째 선수로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2006년 독일 대회에서 이란을 상대로 데뷔골,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선 북한전에서 골을 넣으며 두 대회 연속 기록을 이어갔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선 가나,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스페인전 해트트릭을 포함해 4골을 쏟아냈다. 이번 대회에서 1골을 더 추가한 호날두는 월드컵 8호 골을 기록, 에우제비오가 갖고 있는 포르투갈 선수 최다 골(9골)에도 다가서기도 했다.
메시와 호날두는 지난 십수 년 동안 세계 축구를 이끈 아이콘이다. '누가 더 위대한 축구 선수인가'라는 주제는 전 세계 축구 팬에게 오랜 화두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두 선수 모두 카타르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도 있지만, 경기 장악력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