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리셀 플랫폼 무신사의 '솔드아웃'과 네이버의 '크림'이 또 한 번 가품 판정 논란에 휘말렸다. 한 소비자가 솔드아웃에서 정품이라고 알고 구매한 신발을 크림에서 되팔려고 내놓았는데, 플랫폼 측에서 가품 판정을 내린 것이다. 양사는 앞서 정가품 판정을 두고 세 차례나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업계는 이번 정가품 재검 결과가 해당 플랫폼에 큰 상처가 될 것으로 보고 향후 재검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당혹스러운 솔드아웃 솔드아웃과 크림의 가품 공방 '라운드3'이 시작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소비자 A 씨는 솔드아웃에서 '나이키 조던 1 레트로 하이 OG 짐레드' 제품을 구매한 뒤 최근 이를 크림에 되팔았다. 그러나 크림 측은 검수 뒤 해당 제품이 가품이라면서 A 씨에게 거래 불가 통보를 했다. A 씨는 "솔드아웃에서 약 35만원에 구매했으며 구매하자마자 랩핑 포장까지 전혀 건들지 않은 채로 팔았다"며 솔드아웃 측에 재검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솔드아웃 운영사인 무신사 측에 따르면 A 씨는 또 다른 리셀러가 솔드아웃에 올린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된다. 솔드아웃이 병행수입이나 직접 구매한 제품이 아니고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이지만, 향후 재검 결과에 따라 중개 플랫폼으로서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을 전망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현재 해당 상품에 대한 고객 문의가 들어왔고, 재검수를 위한 반송을 안내한 상황"이라며 "A 씨가 솔드아웃을 통해 제품을 구매한 것은 맞는 것으로 파악된다. 솔드아웃을 통해 구매한 제품은 실(밀봉) 등이 부착된다"고 확인했다.
양사의 정가품 판정 시비는 벌써 세 번째다. 지난 8월 솔드아웃에서 판매된 '에어 조던 1 레트로 하이 OG 프래비스 스캇' 신발이 크림 검수 과정에서 가품 판정을 받았다. 이어 지난 1월에는 무신사의 또 다른 자회사 부띠끄가 판매한 미국 럭셔리 브랜드 '피어 오브 갓'의 '에센셜 티셔츠'가 크림에서 가품으로 판정됐다. 양사의 날이 선 공방전은 해당 제품 제조사인 피어오브갓이 크림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무신사는 일련의 사건 뒤 가품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각종 방안 마련에 몰두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간 거래에서 사실 가품 논란을 100%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가품 기술이 나날이 발전 중이고, 정가품 판정도 결국 사람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둘 중 한 곳만 맞다
솔드아웃은 조만간 제품이 입고되면, 전문가들을 통해 재검수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재검수 결과 정품 인정 요건이 불충분하다고 확인되는 경우, 정해진 절차에 따른 보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무신사는 지난 1월 피어오브갓 에센셜 티셔츠가 크림에서 가품 판정을 받자 내용증명을 크림 측에 발송한 바 있다. 무신사가 부티크가 직매입한 제품을 둘러싼 가품 공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경우 개인 간 거래에 해당해 크림 측에 별도 공식 질의를 하지 않고, 해당 제품이 입고되면 자체적으로 재검수를 한다는 방침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와 솔드아웃은 이번 이슈는 단순히 검수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의견차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크림 관계자 역시 "솔드아웃 측에서 이번 사항과 관련해 별도 질의를 해온 것은 없었다"며 "고객이 크림을 통해 해당 나이키 제품 판매를 원했고, 크림은 그에 맞게 절차에 따라 검수 과정을 거쳤다. 크림의 기준에 따라 가품이 확실하다고 판단돼 판매가 거절된 건"이라고 설명했다.
정가품 판정은 관련 교육을 받은 전문가들이 플랫폼별로 구축된 데이터와 각종 최첨단 장비 검사 결과, 이 밖에 검수자의 역량과 판단에 따라 이뤄지게 된다. 판정 역시 사람의 영역이기 때문에 전문가별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고가의 한정판 제품을 판매하는 리셀 플랫폼으로서는 유통하는 제품의 정가품 여부가 존재 이유이자 핵심이다.
크림 관계자는 "가품 판정을 하는 기준은 함부로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우리에게는 영업기밀이기도 하지만 브랜드 측에서 '가품의 퀄리티만 높여줄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크림과 솔드아웃 간) 회사 대 회사의 대결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품 이슈는 플랫폼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치명적 이슈가 맞다"면서도 "양사는 한국 대표 리셀 플랫폼인데, 결국 둘 중 하나는 판정을 잘못한 셈이되어서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