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대표팀 선수들이 미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고분고분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가족들의 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협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AF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이란 대표팀은 지난 21일 잉글랜드와의 월드컵 B조 1차전이 끝난 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요원들과의 회의에 소집됐다. 당시 이란 선수들은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으며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했다.
보도에 인용된 한 보안 소식통의 말에 따르면 선수들은 앞으로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거나 어떤 형태든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면 가족들이 고문을 받거나 감금될 것이라는 협박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선수들은 지난 25일 B조 2차전 웨일스와의 경기 때는 국가를 제창했다.
카타르 월드컵 기간 이란의 보안 요원 활동을 관찰 중인 이 소식통은 이란 혁명수비대 요원 수십 명이 차출돼 자국 선수들이 선수단 외부 활동이나 외국인과의 만남 등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 혁명수비대 요원들이 선수들을 협박한 뒤 이란 축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포르투갈 출신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을 따로 만났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들 사이 오간 대화 내용은 파악되지 않았다.
더불어 이 소식통은 이란 당국이 잉글랜드와의 경기 전 선수들에게 승용차 등 선물을 약속했지만 선수들이 국가를 따라부르지 않자 가족과 선수를 협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이란 정권이 웨일스와의 경기 때 팬들 사이에서 가짜 응원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연기자 수백 명을 투입했으며 미국과의 경기 때는 연기자 투입 인원을 수천 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도 말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한 여대생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구금됐다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란이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적용하는 사회로 바뀐 뒤 가장 심각한 수준의 시위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의 상황이다.
월드컵 개막 전부터 일부 이란 축구 선수들은 대표팀 탈락 위험에도 반정부 시위에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