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또 한 번 여·수신금리가 오를 예정이었지만,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떨어지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신 금리의 경쟁 자제를 당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대출금리의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대표상품인 '우리 WON플러스 예금'은 전날 기준 1년 만기에 연 4.98%의 금리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지난 13일 1년 만기 기준 연 5.18%의 금리를 제공하며 연 5% 예금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다음날인 14일 연 4.98%로 내려간 뒤 좀처럼 다시 5%대에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 WON플러스 예금'은 시장 금리(은행채 기준)를 토대로 정책금리를 반영해 매일 적용금리가 달라진다. 정책금리는 우리은행의 자금운용계획에 따라 매일 변경된다.
KB국민은행에서는 'KB STAR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기준 금리가 전날 기준 연 4.7%까지 떨어졌다. 매주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상품인데, 지난 14일 처음으로 연 5%대에 올라선 후 2주도 안 돼 금리가 0.3%포인트가량 하락했다.
이외 신한은행의 '쏠 편한 정기예금'은 지난 17일 연 4.95%로 금리를 설정한 후 변동이 없다.
이로써 4대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중 연 5%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하나은행으로, '하나의 정기예금(연 5.0%)' 상품이 유일하게 됐다.
지난 24일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은행들이 한 번 더 수신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막상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인상 경쟁 자제를 당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간, 업권내 과당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중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시중은행보다 예금 금리를 올려 고객을 끌어와야 하는 저축은행은 현재의 자금 시장 경색 상황에서 예금 금리를 더 올리기 쉽지 않게 됐고, 이로 인해 그대로 시중은행에 고객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신 금리 인상이 뒷걸음질 치면서 금융소비자가 입을 수 있는 피해다. 수신 금리는 멈췄는데 대출 금리만 계속 오르게 되면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한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베이비스텝 이후에도 금리가 그대로 거나 내린 곳도 보인다. 더 오르길 기다리다가 망했다" "정부가 은행에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니, 그러면 대출 금리 인상도 자제하라 해야지 서민만 죽어 나간다" "수신 금리는 안주고 대출 금리만 올려 또 은행 배만 불릴 듯" 등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나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은 은행채 발행을 저지한 상황에서 은행이 자금 확보를 위해 수신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대비해 제지한 것"이라며 "수신 금리에 비해 대출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은행이 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대출 금리에 대해 취약 차주를 위해 금리를 낮춰주는 등 기여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