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전형적이고 어떻게 보면 파격적이다. 부친 사망 후 새엄마에게 쫓겨난 여자와 슬프게도 그 여자와 사랑에 빠진 새엄마의 아들. 탐욕적이고 몰인간적인 새엄마와 허락하기 어려운 두 남녀의 사랑. 떼어 놓고 보면 전형적이고, 이 두 가지를 요소를 기어이 합쳐냈다는 점에선 파격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1일 오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엑스포 & 컨벤션 센터에서는 디즈니 아태지역 콘텐츠 간담회 ‘사랑이라 말해요’ 섹션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이광영 PD와 배우 김영광, 이성경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여러 대화를 나눴다.
‘사랑이라 말해요’는 부친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그의 내연녀에 의해 살던 집에서 쫓겨난 우주(이성경 분)가 자신의 인생을 망친 여자의 아들 동진(김영광 분)과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스며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설명만 봐도 질릴 정도로 충격적이고 신파가 예상되는데, 이광영 PD와 배우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이야기”, “서서히 스며드는 사랑”이라며 드라마를 느릿하고 공감되는 힐링물로 포장했다. 이광영 PD는 “첫눈에 반하거나 특별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진행되는 사랑은 아니다. 천천히 느리게 한 걸음씩 스며든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화려한 에피소드가 있다기 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면서 ‘이게 사랑이었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는 로맨스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더욱 궁금하다. 공감과 힐링을 위한 드라마에 평면적이고 전형적 새엄마 캐릭터는 왜 넣었으며 여자 주인공 우주에게는 왜 복수가 사랑으로 바뀌는 가혹한 감정선을 부여한 것일까.
이광영 PD는 “요즘 젊은 세대는 빠른 호흡을 좋아한다는 걸 알지만 공감과 위로를 주는 드라마가 이제는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생각했다. 촬영 후에 얘기를 들어보니 ‘빠른 호흡보다 오히려 몰입도가 생겼다’고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글쎄, 세상엔 분명 우주와 동진 같은 가혹한 사랑도 있겠지만, 그 사랑을 느릿하고 서정적으로 표현해 공감과 위로의 정서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을까. ‘신데렐라’에 K신파를한 스푼 넣은 것 같은 ‘사랑이라 말해요’가 아시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