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4·SSG 랜더스)이 '2022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최고투수상을 차지했다. 그는 정규시즌 13승 3패(다승 공동 4위) 승률 0.813(2위) 평균자책점 2.13(2위) 153탈삼진(9위)를 기록했다.
김광현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가장 화제에 올랐던 인물이다. 지난해까지 그는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면서 두 시즌 통산 10승 7패 평균자책점 2.97로 활약했다. 지난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됐지만, 노사 단체협약 무산으로 MLB 직장폐쇄가 길어졌다. 결국 김광현은 친정팀 SSG와 당시 역대 최고 규모인 4년 151억원에 계약했다.
4월 9일 KIA 타이거즈전 6이닝 무실점 첫 승을 거둔 김광현은 5월 14일 NC 다이노스전까지 0점대 평균자책점(0.60)을 유지했다. 7월 22일 기준 평균자책점 1.52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인 호투를 이어갔다.
30대 중반에 커리어하이를 맞은 건 MLB 이후 달라진 투구 스타일 덕분이었다. 김광현은 국내 복귀 기자회견에서 "야구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같다. 크게 다른 점을 느꼈던 건 아니다"라면서도 "MLB 선수들은 힘과 스피드가 좋고, 내 구속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제구를 많이 신경 썼더니 (컨트롤이) 늘더라. 역시 야구는 20년 넘게 해도 새롭게 배우고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돌아봤다.
그의 말처럼 그의 야구는 달라졌다. 올 시즌 김광현의 직구 평균 스피드는 시속 144.9㎞(전체 56위·스포츠투아이 기준). 전성기보다 힘이 떨어졌지만, 직구 비중을 27.6%로 낮추고 대신 체인지업 비중을 22.7%까지 높였다. MLB 진출 전까지 강속구와 슬라이더에만 집중했던 이전의 김광현이 아닌 기교파 투수로 거듭났다. 비록 최종전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을 지키지 못했지만,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개막전부터 최종전까지 1위를 지키는 것)' 우승을 에이스로서 이끌었다.
4년 만에 돌아온 한국시리즈(KS) 무대에서 1선발은 역시 김광현이었다. 선발 두 경기에서 10과 3분의 2이닝 7실점(5자책점)으로 흔들렸지만, 불안한 수비와 기세를 탄 키움 타선을 상대로 노련한 투구를 펼쳐 5차전 역전승의 기반을 마련했다. 6차전에서는 9회 초 1사 상황에서 올라와 마지막 두 타자를 잡고 4년 전, 12년 전과 마찬가지로 '헹가래 투수'로 통합 우승의 마지막 점을 찍었다. 김광현이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에서 최고 투수상을 받은 건 지난 2008·2018·2019년에 이어 네 번째다.
김광현은 수상 후 "난 참 운이 좋은 투수다. 미국에서 복귀하자마자 우승했다"며 "사실 내가 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MLB 첫해 코로나19가 유행했고, FA가 되자 노사 문제로 계약이 안 됐다. 그런데 올 시즌을 치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우승을 다섯 번이나 했다. 앞으로도 운이 따라서 선수 생활을 마칠 때까지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정용진 구단주께서 돔구장을 짓겠다고 하셨다. 지금 내가 35살이니까 40살까지 5년 남았다. 5년 안에 돔구장이 지어져 그곳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꿈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