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王子)에서 왕자(王者)로 거듭난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이 올해 최고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김원형 감독은 1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김원형 감독은 SSG를 이끌고 올해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개막전부터 최종전까지 1위를 유지하는 것)' 우승부터 한국시리즈(KS) 제패까지 이어지는 '무결점 우승'을 이뤄냈다. 전 메이저리거 추신수와 김광현을 비롯해 최정·김강민·최주환 등 굵직한 베테랑들로 구성된 스타 군단의 신뢰를 받고 팀을 이끌었다.
SSG가 통합 우승을 거둔 건 '왕조'로 불리던 2010년 SK 와이번스 시절 이후 12년 만이다. 김 감독도 선수 시절 왕조의 일원이었다. 2000년 팀 창단부터 함께했던 김 감독은 2007년 SK의 주장으로서 창단 첫 우승 때 선수단을 이끌었다. 은퇴 후 SK와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에서 투수 코치와 수석 코치를 거친 김 감독은 지난 2021년 감독이 돼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부임 직후 SSG로 이름이 바뀐 팀을 이끌고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다.
단순히 스타 군단의 힘만으로 우승한 건 아니다. 왕조 시절 베테랑들은 과거 선후배로 함께했던 김 감독에게 강한 신뢰를 전했다. 역대 최고령 KS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김강민은 시즌 전 목표 중 김 감독의 재계약이 있었다며 "감독님과 개인적인 인연도 길었고, 베테랑과 소통을 잘해주셨던 분"이라고 전했다.
젊은 선수들을 믿고 기용한 것도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다. 2년 전까지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박성한은 김 감독의 신임 아래 3할 안팎의 타율을 기록하는 정교한 주전 유격수가 됐다. 뛰어난 수비력으로 주목받았던 최지훈은 개막전부터 2번 타자로 고정된 후 타율 0.304 31도루를 기록하는 특급 테이블세터로 변신했다. 전반기 1위 수성이 위태로웠을 때는 1군 경험이 없던 전의산이 장타를 터뜨려 팀을 지켰다. 선발 투수가 부족했던 KS에서는 오원석이 1실점 특급 활약으로 3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김원형 감독은 수상 후 "이런 영광을 누리게 만들어준 선수들이 대단하고 자랑스럽다. 감사를 전한다"며 "내년에도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지금부터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이어 "선수·코치 때와 달리 감독이 되니 팀 전체를 생각해야 했다. 쉽지 않은 자리라고 느꼈다. 다른 모든 감독님들께 1년 동안 고생 많으셨다고 전하고 싶다"고 했다.
코치상은 KT 위즈의 김강 타격 코치가 수상했다. 그는 지난 2020년 서른두 살 나이에 메인 타격 코치에 올랐다. 강백호, 배정대, 조용호 등 현재 KT 주전 선수들의 타격 성장 뒤에는 김 코치가 있었다. 배정대는 "김강 코치님은 내 은인"이라고 말했고, 1년 선배인 황재균도 "신뢰가 가는 코치"라고 치켜세웠다.
김강 코치의 최고 장점은 소통이다. 올해는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박병호와 소통하며 그가 홈런왕으로 부활할 수 있게 도왔다. 박병호의 키움 히어로즈 시절 영상을 모두 확인한 김 코치는 박병호가 자신의 '클래스'를 믿도록 도왔다. 또 박병호가 2020~2021시즌 부진에 연연하지 않도록 조언했다. 그 결과 박병호는 압도적인 페이스로 홈런을 터뜨리며 개인 6번째 홈런왕(35개)을 차지했다.
김강 코치는 "시상식에 코치진도 초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10개 구단 모든 코치님께 한 시즌 동안 고생하셨고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어린 나이에 코치로 출발했는데 신뢰해주신 이강철 KT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부족한 코치를 만나 고생했는데 따라준 KT 선수단에도 감사드린다. (무명이었던) 선수 때는 기회가 없어 못 전했지만, 부모님의 믿음이 있어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전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