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2‘가 연일 뜨겁다. 미성년자의 임신과 출산을 소재로 한 만큼이나 이를 금기시여기는 시각과, 감싸 안으려는 시각이 연일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실제로 ‘고딩엄빠’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양쪽으로 갈려, 대치를 이루고 있다. 우선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미성년자의 성범죄를 미화하는 방송이다”, “그루밍 성범죄를 미화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최근 성인인 교회 오빠와 사랑에 빠져 결혼해 다섯 아이를 낳고 사는 ‘고딩엄마’, 11세 연상의 남자친구와 결혼한 ‘고딩엄마’ 등이 출연해 이를 지적한 것이다.
반면 ‘고딩엄빠’의 순기능을 응원하며 청소년 부모들을 보듬는 시청자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난 11월 15일 방송된 조혜원 편을 본 시청자들은 남편이 연락두절 상태로 도망갔어도 여동생과 딸을 열심히 키우는 조혜원의 모습에 안쓰러움을 느껴 조혜원을 돕겠다는 의견을 적극 보냈다. 이외에도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을 책임감 있게 키우는 출연자들을 지원하고 싶다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져,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후원 방법’까지 게재돼 있다. 이는 시청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문의가 쏟아지고 있어, 제작진이 취하게 된 방법이다.
‘고딩엄빠’ 프로그램이 존속되건 폐지되건,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청소년 부모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들을 향한 사회적 울타리는 매우 허술한 상황이다. 실제로 ‘고딩엄빠’에 출연한 대다수의 이들은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았고, 출산 후에도 나라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 극한 상황에 몰려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나마 ‘고딩엄빠’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들의 열악한 상황과 부족한 나라 지원책이 공론화 되었고, 이인철 변호사와 심리상담가 등 전문가들은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과 해결 방안을 알려줘 방송을 보고 있을 수많은 ‘고딩엄빠’들에게 간접적으로 도움을 줬다. 나아가 ‘고딩엄빠’ 출연자들은 방송 출연을 통해서 취업의 기회를 얻거나, 여러 후원을 받게 되면서 경제적, 정신적으로도 힘을 얻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을 향한 사회적 시선이 ‘눈총’에서 ‘관심’과 ‘온정’으로 바뀌어 가는 데 ‘고딩엄빠’ 제작진이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제작진과 패널들은 그동안 ‘고딩엄빠’ 출연자들의 사연을 통해, 청소년 임신과 출산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것인지를 충분히 담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은 ‘고딩엄빠’들의 경우에는, 현실적인 대책과 지원이 필요함을 강조해 왔다.
방송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면, 자극적인 사연팔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고딩엄빠’를 꾸준히 지켜봐온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폐지를 반대한다”, “매주 응원하는 마음으로 보고 있다”, “나라도 못하는 청소년 부모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제도 보완을 방송사가 함께 해주고 있네요”라며 탄탄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최근 히트한 드라마 ‘슈룹’은 ‘우산’의 옛말이라는 뜻으로 ‘보호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극중 중전 화령(김혜수)은 아들 무안대군이 어린 나이에 혼외자를 낳아 오자 불같이 화를 냈다. 아무리 똑똑하고 현명한 화령이지만, 자식 일은 제 뜻대로 안되는 법임을 절감한 화령은 결국 손주를 궁에서 몰래 키우기로 했다. 나중에 숙적인 대비(김해숙)에게 이를 들켜 빌미를 잡히지만, 화령은 “궁중의 소생들은 어찌 이리 궁중의 법도를 무시하냐?”라는 대비의 일갈에 “법도를 어긴 것만은 아니다, 단지 관례가 없었을 뿐”이라고 맞선 뒤 아들과 손주를 지켜줬다.
비록 자식이 성에 안차고, 잘못된 행동을 했을지언정, 손주를 책임지고 감싸안아야 할 게 부모와 가족, 더 나아가서 사회의 책무가 아닐까? ‘고딩엄빠’를 통해 공론화된 10대의 임신, 출산 문제, 그리고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함께 보듬고 대화하는 장이 마련되고 있기에 ‘고딩엄빠’는 ‘청소년 부모’들에게 ‘슈룹’ 같은 존재이다. 평소 ‘고딩엄빠’들에 대한 관심도 없으면서, 무턱대고 ‘프로그램을 폐지하자’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