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기는 올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행사한 프로야구 선수 21명 중 하나다. 1군 데뷔 기준 14년 만에 FA 자격을 충족, 거취에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지난달 17일 FA 시장이 개장한 이후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했다. 일간스포츠와 연락이 닿은 이명기는 "(FA 계약이 더디게 진행되는 건) 내가 못해서 그런 거다. 준비를 열심히 하긴 했는데 다른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명기는 1군 통산 1019경기를 뛴 베테랑이다. 통산 타율이 0.3067로 역대 18위(3000타석 기준). 현역 선수로 범위를 좁히면 양의지(두산 베어스·0.3071)에 소폭 뒤진 11위다. 2017년부터 4년 연속 130안타를 기록하며 2017년 KIA 타이거즈, 2020년 NC의 한국시리즈(KS) 우승에 힘을 보탰다. 리드오프로 공격 활로를 뚫어내는 돌격대장 역할을 주로 맡았다. 2020년까지 나름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다. 그의 가치가 흔들린 건 지난해 받은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징계 탓이다.
이명기는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던 7월, 팀 동료들과 원정 숙소에서 일반인 여성과 술자리를 가져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 자체 징계를 받았다. 이 문제로 시즌 아웃돼 팀 내 입지가 좁아졌다. 지난 5월 1군 복귀전을 치렀지만, 출전 횟수가 줄었다. NC는 지난겨울 FA 외야수 박건우와 손아섭을 영입, 이명기의 공백을 채웠다. 외국인 타자 닉 마티니의 주 포지션까지 외야수여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많지 않았다. 떨어진 경기 감각은 성적 하락으로 연결됐다. 94경기 타율이 0.260(300타수 78안타)으로 낮았다.
시장 분위기가 좋은 건 아니다. KBO리그 몇몇 구단은 이미 FA 시장에서 철수했다. 대어급 선수들이 빠르게 행선지를 결정하면서 시장 열기도 차갑게 식었다. 시행 초읽기에 들어간 샐러리캡도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KBO리그는 내년부터 샐러리캡(선수 지급 금액 상한액)이 적용돼 선수단 총연봉이 114억2638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금액을 초과하면 제재금부터 신인 지명권 하락까지 다양한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몸집 줄이기에 나선 구단들이 FA 시장에서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FA 등급이 C라는 점은 이명기가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A등급 FA를 영입하면 원소속팀에 보호 선수 20명 외 1명과 전년 연봉의 200%를 보상해야 한다. 현금만 원할 경우 전년 연봉의 300%. B등급은 보호 선수 25명 외 1명과 전년 연봉 100% 혹은 현금 보상만 하면 전년 연봉의 200%를 건네야 한다. 반면 C등급은 전년 연봉의 150% 보상만 하면 된다. 이명기의 2022시즌 연봉은 1억7500만원. 비교적 적은 출혈로 베테랑 외야수를 영입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적만 고려하면 건 아니다. NC 잔류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명기는 성적 반등을 자신한다. 그는 "살이 잘 찌는 체질이 아니다. 몸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좋아진 거 같다"며 "지난 시즌까지 계속 풀타임으로 나갔는데 올해는 경기 출전이 줄었다. (성적이 하락한 건) 체력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명기는 정규시즌 종료 후 며칠 쉬지 않고 바로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성적 하락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예년보다 더 빠르게 담금질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