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월드컵 16강전을 마친 뒤 백승호(25·전북 현대)가 밝힌 소감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전을 1-4로 졌다. 4년 전 러시아 대회 조별리그에서 '전차 군단' 독일을 무너트린 '카잔의 기적'을 다시 꿈꿨지만, 전반에만 4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브라질이 전반에만 4골을 넣은 건 1954년 멕시코 대회 이후 68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였다.
패배했다고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강인(21·레알 마요르카)과 조규성(24·전북 현대)을 비롯해 4년 뒤 열리는 북중미 대회를 기대케 하는 '젊은 피'가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브라질전에서 번뜩이는 중거리 슛을 폭발한 백승호도 그중 하나다.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결장한 백승호는 브라질전에서도 선발이 아니었다. 벤투 감독은 0-4로 끌려가던 후반 20분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을 불러들이고 백승호를 내보냈다. 개인 첫 월드컵 무대를 밟은 백승호는 물 만난 고기처럼 간결한 몸놀림으로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녔다. 후반 31분에는 대포알 중거리 슛으로 브라질 골망까지 흔들었다. 이강인의 프리킥을 브라질 수비가 헤딩으로 걷어내 흘러나온 공을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연결, 브라질 골대 오른쪽에 꽂았다. 세계적 골키퍼 알리송 베커(리버풀)가 다이빙을 시도했지만, 손에 닿지 않을 정도로 절묘한 코스로 날아갔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백승호의 골은 기대 득점(xG·expected goals)이 0.04에 불과했다. 해당 위치에서 100번을 찼을 때 4골만 들어갈 정도로 득점 가능성이 희박했다. 영국 매체 BBC 해설위원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출신 크리스 서튼은 백승호 득점 직후 '엄청난 골(Incredible strike!)'이라며 '위대한 알리송조차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고 놀라워했다.
백승호는 매탄중 시절이던 2010년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입단했다. 이승우·장결희와 함께 '바르셀로나 유스 3인방'으로 불리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바르셀로나가 18세 미만 해외 유소년을 영입하면서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한동안 공식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시련을 겪은 백승호는 2017년 지로나(스페인) 2019년 다름슈타트(독일) 등을 거쳐 지난해 K리그1 전북 현대에 입단, 리그를 대표하는 3선 미드필더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결과 카타르 월드컵에서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브라질전 득점은 다음 월드컵을 준비하는 자양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백승호는 경기 뒤 "조별리그 때 뛰지 못하면서 혹시라도 기회가 오면 좋은 모습을 보이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마음이 크고 간절했다. 운 좋게 골을 넣을 수 있어서 감사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은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 월드컵에 왔는데 어떻게 노력해야 올 수 있는 자리인지, 기회를 얻는 게 얼마나 힘든지도 느꼈다. 4년을 간절하게 준비해야 겠다는 또 다른 목표가 생긴 거 같다. 간절하게 다음 월드컵을 준비해야 할 거"라고 각오를 내비쳤다.